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시인과 문학평론가 하응백. 네 사람이 시를 고르고 짤막한 감상기 겸 수상(隨想)을 덧붙였다. 시가 있는 에세이집 ‘이름이 란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동아일보사).
때로 감상은 추억과 연결된다. “나는 애인 란(蘭)이에게 가을이면 갈대가 서서 우는 금강 하구의 저녁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 여자애에게 시 한편을 읽어준 적이 있었다. 신석정의 ‘작은 짐승’이었다. 나는 엉뚱하게 그 애한테 물었다. 우리도 작은 짐승이지…?”(안도현)
문득 한 구절이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최하림의 ‘시를 태우며’는 모든 내용이 일렁이고 있는 시다. 우리 삶은 흔들리는 불빛 속의 그림자들만 같다. ‘시를 써서 시인이고 싶었다’는 구절은 눈물겹다. 그 눈물겨움이 다시 시를 쓰게 만든다.”(장석남)
204쪽 7000원.
▶ 이름이 란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 정호승외 3인 지음/ 동아일보사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