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서태지, 이렇게 살아왔다

  • 입력 2000년 8월 12일 14시 31분


92년 7월 '인간시대'에 나온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모습
92년 7월 '인간시대'에 나온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모습
1972년 2월21일 서울 출생인 서태지(본명 정현철)는 아마추어 밴드 '하늘 벽'(86), '활화산'(87)을 거쳐 17살 때인 지난 89년 하드록 밴드 '시나위'의 베이스 기타 주자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 당시 시나위는 김종서(보컬), 강기영(기타) 등 막강 진영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 해 팀이 해체되면서 록커 정현철의 꿈은 일단 무산된다.

그러나 백댄서 출신인 양현석, 이주노와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한 서태지는 92년 3월에 발표한 데뷔앨범 <난 알아요>로 가요계를 완전 점령했다. 강한 비트의 기타 사운드와 감각적인 멜로디, 그리고 역동적인 회오리 춤과 상품 라벨을 떼지 않는 독특한 패션 등을 선보인 그는 '신세대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93년 6월, 2집 <하여가>를 통해 서태지는 '실험정신이 강한 뮤지션'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록과 댄스 그리고 김덕수와 사물놀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노래는 한국적인 가요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집이 '음악적 실험'에 중심을 두었다면 94년 8월 발표한 3집 <발해를 꿈꾸며>는 통일, 교육 등 사회문제로 눈을 돌린다. 기존의 가요들이 사랑타령 일색이었던 상황에서 운동권 가수도 아닌 서태지는 "왜 남이 바뀌기만 바라고 있을까"(교실 이데아)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시대를 대변하는 가수'라는 닉네임을 얻게 된다.

95년 10월5일에 발표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은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가출 청소년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하고(컴백홈), 삼풍 백화점 붕괴와 물질 만능주의를 꼬집었으며(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가사 심의에 걸린 <시대 유감>을 연주곡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태지는 96년 1월31일 "더 이상 노래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 후 양현석과 이주노는 국내에서 음반 제작자로 변신했지만 서태지는 미국으로 떠나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떠돌이 생활을 했다고 한다.

정규음반 4장, 시나위 4집, 라이브 음반 3장, 솔로 음반 1장, 베스트 1장, 싱글 1장 등 총 14장의 음반을 발표한 서태지. 이제 9월이면 두 번째 솔로 음반이 공개된다. 신작 앨범의 음악은 현재로선 물음표로 남는다. 지금까지 서태지가 새 앨범을 발표했을 때마다 전혀 새로운 사운드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기타 주자들이 서태지를 돕기 위해 미국에 간 것으로 미뤄볼 때 하드코어 계열의 록이 중심이 되고 새로운 무엇을 첨가한 음악이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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