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개항을 눈앞에 두고 국방부는 해안경계 및 공항경비를 위해 공항 주변인 영종도 용유도의 해안선 총 61Km 중 47Km에 철책을 설치하기로 했다가 최근 이를 축소했다. 군 당국은 철책선 설치 계획에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철책의 길이를 24Km로 축소하고 당초 계획했던 나머지 부분을 첨단 전자보안시설로 대체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인천지역 시민들 사이에서는 철책선 설치 문제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항 중심부에 철책선을 치기로 했으면 해안가는 첨단시설로 보안경비를 하면 되지 않느냐”며 철책선 설치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첨단 전자장비가 불시에 고장나면 공항경비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진다”며 더 이상의 후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가의 중요 시설을 보호하겠다는 대의명분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항을 보호하는 방법이 꼭 철책이어야 하는지, 또 그렇게도 위험한 지대에 왜 공항부지를 선정했던 것인지를 따져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남북 화해의 무드가 시작되고 세계화 정보화가 시대적 흐름인 지금 국제공항에 오히려 폐쇄적 이미지의 철책선을 두르려는 데 그 누가 순순히 수긍할 수 있을까.
인천시는 공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일찍부터 용유도 무의도에 국제 종합휴양관광단지를 개발하려고 했으나 철책선 설치로 이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 인천시민들도 철책선 설치계획에 매우 착잡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인천이 지도상에는 바다가 면해 있지만 사실상 인천시민들에게 바다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안의 대부분에 이미 철조망과 유류저장탱크, 화력발전소 등이 들어서 바다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
인천시민들은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고싶어한다. 구시대적인 철책선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인천시민들이 공감하는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이흥우 사단법인 해반문화사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