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놀이공원처럼 꾸민 별난 현대조각展

  • 입력 2000년 8월 15일 19시 06분


미술관이 잠시 멋진 놀이공원으로 변했다. 놀이공원같은 느낌과 재미를 주는 현대적인 조각작품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 별관 1층에서 4층 옥상까지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27일까지.

미술관에 들어서면 3층까지 길게 뻗어올라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의 대나무숲(서정국 작)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1층 전시실에는 대나무숲 사이를 로봇 자동차(최우람)가 비집고 돌아다닌다. 압연기로 압착된 프라이드 승용차(박한진)는 숲속에 사는 큰 벌레같다. 김안식의 작품에서는 숲속의 신비한 샘처럼 물과 빛이 아름다운 환타지를 만들어낸다. 음향에 따라 물이 움직이면 빛을 통해 물이 움직이는 파장이 스크린에 투사된다.

복도에는 운전석에서 들려오는 무심한 뽕짝메들리를 들으며 철망에 갇힌채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팔려가는 강아지 인형 21마리가 짖고 있다(손봉채).

2층 전시실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인간 슬롯 머신(육지그룹)과 앉으면 색깔이 변하는 의자(김진수)가 있고 러닝머신(이소미)에 올라 뛰면 비디오속에 스마일맨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여성의 몸 부위부위를 조합해 자신만의 여성을 프린트할 수도 있다(정영훈).

3층은 명상적인 공간이다. 복도를 따라 40개의 스피커가 사람이 지나갈 때 빗소리를 쏟아낸다(김기철). 꼭 부둥켜 안으면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동물인형도 있고 들어가면 심장속에 들어온 것 같은 숨쉬는 집도 있다(장은아).

옥상에는 1000여개의 스테인레스 와이어로 만들어진 거대한 꽃(도흥록)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꽃아래 반원의자에 앉으면 빛에 따라 색깔이 변하고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1층에서 옥상까지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식물의 잎 줄기 꽃을 말려 붙인 작품이 삭막한 공간을 자연의 공간으로 유도한다(홍봉석). 02―737―7650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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