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네마 뒷골목'을 아십니까?…청담동 아늑한 바 밀집지역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7분


“맥도날드 앞에서 봐요.”

직장인 한혜진씨(26·막스마라)는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 많이 거론되는 ‘맥도날드’의 의미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나오는 맥도날드 패스트푸드점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으로 알아들으면 N세대, 청담동 키네마 극장 뒤편으로 이해하면 X세대 이상이라는 얘기.

이른바 ‘키네마 뒷골목’이 20, 30대 직장인들의 조용하지만 역동적인 놀이터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번화함, 대로변 등을 떠올리는 기존의 강남 문화와는 판이한 ‘골목’이란 점이 의미심장하다. 흔히 ‘청담동’하면 떠올리는 청담사거리 일대의 호화로움과도 거리가 있다.

아지트. 이곳은 아는 사람만, 차가 있는 사람만 찾을 수 있다. 북적대는 10대들이 연상되는 맥도날드 매장 앞조차도 10여대의 자동차만 주차돼 있을 뿐.

◀청담동의 뒷골목 바

주도적인 분위기는 바(BAR)에서 시작된다. 10여개의 크고 작은 바가 골목초입부터 뒤편 주택가까지 가득 들어서 있다. 카페도 ‘바’간판을 달았고 주택을 개조해 3m가 넘는 담을 둘러친 퓨전레스토랑들도 ‘다이닝 바’혹은 ‘키친’이름을 걸어놓은 탓에 실내 조명은 어둑어둑하다. 마치 비밀요새 같다.

그들이 즐기는 밀도는 깊고 진하다. ‘정중동(靜中動)’을 실감케 하는 분위기.

오후 9시 30분 키네마 극장 바로 뒤편의 바 ‘바카라’. 90년대 초 중반 팝이 대화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흐르는 가운데 단정한 정장과 헤어스타일의 젊은이들이 앱솔루트보드카 베일리스 깔루아 등 45도에서 높게는 75도까지 되는 알코올도수 짙은 칵테일을 홀짝거리고 있다.

회사원 강준규씨(27·모무스 벤처)는 “맛이 달착지근해서 취하는지 모르고 계속 마시게 된다”며 ‘센 술’을 마시는 이유를 설명한다.

9월엔 키네마 극장 바로 옆에 밀리오레 디자이너스 클럽까지 들어서 유동인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주변이 번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퓨전 일식당 ‘에비스’의 이성우사장(28)은 “대중화할수록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훼손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곳 상인들에게는 고정고객의 매출 비율이 높은 것이 이득이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왜 골목인가. 과거 골목이라 하면 부랑자 같은 사회적 배제자를 떠올렸다. ‘키네마 뒷골목’의 성장에 대해 문화비평가 김성기씨(현대사상 주간)는 “그러나 이곳은 역설적으로 ‘문화귀족’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꾸며진 보금자리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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