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소니가 생산하는 제품에는 일본 최초 혹은 세계 최초라고 명명되는 제품들이 유난히 많다. 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비롯해 오디오 산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워크맨, 기존의 레코드를 사라지게 한 CD, 그리고 최근 게임 산업에 돌풍을 일으킨 플레이스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소니는 모방 제품을 활용해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공략하기 보다는 항상 신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왔다.
이러한 점에서 소니는 동종업계의 마쓰시타와 자주 비교된다. 마쓰시타는 소니 같은 경쟁자가 신제품을 출시하면 의도적으로 이 신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져 시장이 성장되기를 기다렸다가 재빨리 모방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시장을 차지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모방과 점진적인 개선 등 가장 일본적인 경영 스타일을 추구한 마쓰시타가 일본 최고의 기업으로 불렸지만 90년대 들어서는 창조와 혁신을 통해 탈(脫)일본화에 성공한 소니가 일본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소니의 변신은 95년 이데이 사장 취임 후 실시된 일련의 개혁 작업을 통해 가속화되었다. 복잡계(複雜系) 경영으로 유명한 소니의 조직 혁신은 이사회 개혁, 집행 임원제, 컴퍼니(company) 제도, 주주 중심의 경영 등 선진 경영 방식을 과감히 도입함으로써 종신 고용, 연공 서열, 합의 등으로 특징 지워지는 일본식 경영 방식을 파괴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97년 등기상의 이사와 집행 임원을 포함해 38명이었던 이사를 10명(사외이사 3명 포함)으로 축소했고, 대신 이사에서 물러난 임원은 각 부문이나 회사의 책임자인 집행 임원으로 취임해 경영에 전념했다. 또한 전자를 필두로 음악, 영화, 게임 사업을 포함하는 소니의 방대한 사업을 독립회사 성격의 컴퍼니로 재조직했는데, 각 컴퍼니들은 자율적인 경영을 보장받는 대신 치열한 경쟁과 철저한 성과 평가를 감수해야 했다. 결국 소니는 본사 중심으로 컴퍼니들간의 경쟁과 협력을 조화시킴으로써 사업 부문간의 시너지와 수확 체증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소니는 라디오, TV, 오디오 등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가전 업체에서 음악, 영화, 게임 등 각종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보유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이데이 사장은 여기에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개념을 접목시켜 소니를 21세기 ‘디지털 드림 키즈(Digital Dream Kids)’의 선두 주자로 재창조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들의 상황과 비교할 때 소니는 참으로 배울 점이 많은 기업임에 틀림없다.
이동현(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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