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무더위 씻는 시원한 맥주 한잔…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42분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팀 로빈스는 감옥에 들어오기 전의 지식을 활용해 간수들에게 세금 줄이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가 대가로 요구하는 것이 엉뚱하게도 얼음통 속에 가득 재운 맥주 한 박스였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일하던 동료 죄수들이 난데없이 선물로 받아든 차가운 맥주 한 병. 그들이 느낀 맥주 맛은 지옥에서 느낀 천당의 황홀감 아니었을까.

찌는 듯한 한낮의 무더위가 사그라들 무렵. 퇴근길 맥주집에 들러 마시는 흰 거품 가득 한 황금빛 맥주 한잔. 더위가 날아간다.

이런 맥주도 알고 마시면 더 맛이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맥주집마다 판매하는 맥주의 종류가 손에 꼽힐 정도였지만 최근 전세계의 다양한 맥주를 취급하는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전세계 5000여개의 양조장에서 1만5000여종이 생산되고 있는 맥주는 숙성 기간이나 발효형태 열처리 과정의 유무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게 나뉜다. 숙성 기간에 따라서 라거 에일 흑맥주 드래프트(생맥주) 등 4가지로 나눠지며 숙성 기간이 길수록 맛이 깊고 진해진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라거는 30일 안팎의 숙성 기간을 거치고 살균 처리가 된 맥주. 국산맥주를 비롯해 전세계 맥주의 80%를 차지한다.

에일맥주는 라거보다 숙성 기간이 15∼30일정도 길다. 영국의 뉴캐슬과 벨기에의 레페 등이 대표적. 맥아를 볶아 맛이 진한 흑맥주는 숙성 기간도 에일보다 조금 길다. 영국의 기네스와 매커슨 벡스다크 등이 대표 주자.

맥주 전문점 비라의 사장이자 맥주 전문가인 최장호씨(37)는 “맥주는 빈속에 먹는 것이 맛을 제대로 음미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안주는 안 시키는 것이 가장 좋으며 먹더라도 짜거나 매운 안주는 피하고 마른안주면 충분하다.

또 맥주를 따를 때도 컵을 기울이며 거품이 안 나게 따르기보다는 컵을 세워 놓고 중앙을 조준해 따르는 것이 좋다. 거품은 탄산가스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 신선한 맛이 오래가도록 해주기 때문.

맥주를 병째 마시는 것도 정작 본산지인 유럽에는 없는 풍습. 맥주가 타액과 섞여 맛이 변하며 가스가 목에 걸려 막힐 수도 있다.<박윤철기자>

yc97@donga.com :맥주전문점:

▽비라〓‘버드와이저’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버드조비키맥주(5000원)와 필스너우르켈(6000원)등 맥주 대국 체코의 맥주를 비롯, 20여개국 70여종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그밖에 미국 동부의 귀족이 마시던 샘 아담스(6500원)나 뮌헨산 흑맥주인 디벨스 플라토(6000원)까지. 02―514―5437

▽기린비어페스타〓일본 기린맥주의 체인점. 갖가지 안주가 준비돼 있어 안주와 맥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생맥주는 3일간 저온 숙성된 뒤 ‘쿨라인’이라는 특수관을 통해 제공된다(500cc 2000원). 기린맥주(6500원)와 각종 해물이 든 어부샐러드(8300원) 길이가 60㎝에 달하는 소시지(6900원) 등 이색적인 퓨전 안주가 입맛과 눈길을 당긴다. 압구정점 02―515―9595 숙대입구점 02―701―8795

▽산타페Ⅰ,Ⅱ〓종로 지역의 대표적인 수입맥주 전문점. 하이네켄(4500원)과 코로나(4500원) 등 3000∼7000원대의 수입 맥주 30여종을 맛볼 수 있다. 이 업소가 생긴 뒤 인근 종로2가 일대에 오존 프리존 라스베가스 등 10여군데의 수입맥주 전문점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02―723―2939

▽한스소시지〓호텔 레스토랑 출신 사장이 직접 만든 다양한 훈제 소시지와 독일식 김치인 사우어크로어 및 독일산 흑맥주인 쾨스트리처(7000원)와 비트버그(7000원) 등이 있다. 02―325―8100

▽오비스타디움〓1인당 1만7000원에 징기스칸 안주와 생맥주가 무제한으로 제공돼 국내 애주가뿐만 아니라 주량이 큰 외국인들이 단골로 많이 찾는다. 02―544―9314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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