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하늘을 훔친 사랑' 神도 막지못한 중세의 절대사랑

  • 입력 2000년 8월 18일 19시 05분


“엘로이즈를 ‘나의 밀레니엄’의 전형적 인물 중 하나로 보는 것은, 여성이 대접받지 못하던 시대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뻔뻔스러울 정도의 지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파멸시킨 열정의 쾌락을 저주하지도, 잊지도 않은 강렬한 자의식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밀레니엄을 마감하면서 ‘나의 밀레니엄의 전형(典型)’ 4인을 선정했다. 영혼을 걸어 세상의 지혜를 알고자 했던 파우스트, 자의식의 시대를 앞서 예견한 소설가 제인 오스틴,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와 함께 12세기 프랑스에 살았던 수녀 엘로이즈가 4명중 하나로 뽑혔다.

매리온 미드의 소설 ‘하늘을 훔친 사랑’(궁리) 은 ‘중세의 가장 총명한 여성’ 엘로이즈에 관한 가장 최근의, 가장 매력적인 문학적 산물 중 하나다.

엘로이즈가 누구? 1101년 출생. 17세 때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아벨라르의 제자가 되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나 숙부의 반대로 결혼에 실패. 아벨라르가 생드니 수도원 수사가 되자 자신도 수녀가 되어 편지로만 영적인 사랑을 나눈다. 아벨라르가 죽자 시체를 인수하여 무덤을 22년간 지키다가 죽었다. 두사람의 무덤은 훗날 합장된다. ‘신(新)엘로이즈’를 쓴 사상가 루소를 비롯, 수많은 문인 작가들이 두사람의 사랑을 소설과 노래로 기렸다.

뉴욕에 사는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미드는 엘로이즈의 캐릭터에 ‘책임’과 ‘용기’의 옷을 입힌다. 소설에 나타난 엘로이즈는 유혹을 받은 뒤 버림받은 희생자도,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순종형 여인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선택을 평생 주저없이 행한 엘로이즈는 12세기 인물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여인’이라고 결론짓는다.

일간지 문화부기자 출신으로 뉴욕 시립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한 전문번역가 김승욱이 신학교수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세심하게 원문을 옮겼다.

▽'하늘을 훔친 사랑'/매리온 미드/궁리/전2권. 각380쪽내외 8,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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