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X파일]금관을 머리에 썼다고?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48분


‘금관이니까 당연히 머리에 썼겠지….’

금빛 찬란한 신라 금관. 사람들은 신라의 왕이 금관을 머리에 쓰고 백성을 다스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그랬을까.

아니다. 살아있는 왕이 금관을 모자처럼 머리에 썼다는 기록이나 물증은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왕이 머리에 금관을 썼다는 추론은 잘못된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이한상 학예연구원이 밝히는 그 이유 몇가지.

첫째, 금관은 너무 약하다. 그리고 지나치게 장식이 많아 실용품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실제로 머리에 금관을 쓴다면 일상 생활이 곤란하다.

둘째, 실제 출토되는 금관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과는 전혀 다르다. 금관은 죽은 왕의 얼굴을 모두 감싼 모습으로 출토됐다. 금관의 아래 둥근 테는 왕의 얼굴의 턱 부근까지 내려와 있다. 그리고 나뭇가지나 사슴뿔 모양의 세움 장식의 끝이 모두 머리 위 한 곳에서 묶인 채 고깔 모양을 하고 있다. 즉 모자처럼 이마 위에 쓴 것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뒤집어 씌운 것이다.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나온 황금제 데드마스크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됐다고 보면 된다.

순 금관은 신라 고분에서만 출토됐다. 고구려나 백제 가야 관은 모두 금동이나 은으로 만든 것이다. 현재까지 발굴된 신라 금관은 경주 금관총 출토 금관, 황남대총 출토 금관 등 총 6점. 금관의 용도에 관해선 금관 자체와 그것이 출토될 때의 상황을 정확히 고증한 뒤 추론이 이뤄져야 한다.

금관은 왕이나 왕과 가까운 왕족이 죽었을 때 사용한 부장품(副葬品)이었다. 신라 왕들은 실제 생활에서 금 장식을 단 비단모자를 착용했고, 하늘이나 조상에 제를 올리는 국가 주요행사 때는 금동관을 썼다고 이 연구관은 말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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