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에 오른 한 비구는 서옹스님이 위산 스님의 법어를 인용해 설법한 점을 지적하며 “위산스님이 법어를 하지 않았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사자후를 할것입니까”라고 묻자 서옹스님은 주장자(柱杖子·지팡이)를 세번 내리치고 “아악”하며 할(喝)을 한뒤 “그 따위 소리 하지말라”고 호통을 쳤다.
이어 한 비구니가 등단해 “거꾸로 흐르는 바닷물을 다 삼켰으면 스님은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묻자 큰 스님은 “거꾸로 흐르는 것을 보느냐”고 반문했다. 비구니가 다시 “스님은 대도적이십니다. 도적 중의 도적이시니 이 작은 도적도 알아봐 달라”고 요구하자 큰 스님은 “네가 목소리는 크지만 아직 멀었다. 그것으로는 안된다”고 대답해 장내에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에 앞서 서옹스님은 ‘참사람 결사의 새로운 세계’를 주제로 한 설법을 통해 “오직 이 참사람만이 중생을 구제할 수 있고, 세계평화의 역사를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88세의 고령에도 스님은 45분간 법문을 이어나갔다.
무차법회는 승려와 속인, 남녀노소, 귀천에 관계없이 사부대중이 평등하게 법문을 듣고 토론하며 잔치를 열어 재법(財法)을 베푸는 법회.
우리 나라에서는 1912년 금강산 건봉사에서 한암 스님이 개최한 뒤 맥이 끊겼다가 98년 백양사에서 복원됐다.
9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무차대법회에는 3000여명의 사부대중이 몰렸다.
법회장인 대웅전 앞뜰에 들어가지 못한 참석자들은 절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큰 스님의 설법과 선문답을 듣기도 했고, 점심공양용으로 백양사측이 준비한 5000여개의 도시락도 금새 동이 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번 무차대법회는 아무리 정보화 사회가 발전하고 디지털이 우리들의 현실이 돼도 진정한 자아(眞我)를 깨우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결코 끊이지 않고 오리려 더욱 절실해 질 것 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였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