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외편 제17권 ‘추수’(秋水) 한 대목.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참행복임을 빗댄 우화다. 동화 작가 엄씨는 이런 에피소드로 이같은 철학 우화를 만들었다. 부러울 것 없는 뱁새가 황새의 긴다리를 흉내내다 허리를 다쳐 곱추가 됐다는.
책 부제가 ‘명상의 세계로 떠나는 장자 철학 여행’. 주제별로 가려뽑은 16편씩의 우화를 재료로 빚은 맛깔스런 성인 동화집이다. 청량한 잠언에 마음이 밝아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재주만으로 세상을 얻지 못함을 비유한 대목은 이렇다. ‘활 잘 쏘는 사람은 하나의 화살에 두 마리 이상을 꿸 수 없다. 그러나 우주를 새장으로 삼는다면 새들은 더 이상 도망 칠 곳을 잃게 된다’.
각 편마다 원문을 소개했고 장자 사상에 대한 풀이를 덧붙혔다. 아이들 동화책으도 손색없고 ‘장자’ 입문서로도 쓸모있다. 1권 ‘자연’ 2권 ‘인간’ 3권 ‘우화’ 각권 7500원.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