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백화점 고급화 전략]명품관 勢싸움-강남상권 '빅뱅'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37분


'고급스럽게, 더 고급스럽게.’

최근 서울 강남지역의 대형백화점들이 명품매장 확장, 해외 유명브랜드 추가유치 등 고급화에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갈수록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대형할인점 홈쇼핑채널 인터넷쇼핑몰 등 새로운 경쟁자들의 ‘파상공세’에 타격을 입은 백화점들이 생존차원에서 상류층 소비자를 겨냥한 ‘고급 명품화’ 전략으로 일제히 돌아선 것. 게다가 6월 개장한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내달 말 개장예정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이 갤러리아, 현대백화점의 ‘투톱 체제’에 ‘도전장’을 내면서 ‘강남 상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인 롯데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구매력 높은 고객을 타깃으로 해외명품관을 대폭 확장하거나 고급 수입브랜드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 그랜드백화점을 인수해 1년간의 재단장 끝에 6월 개장한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기존의 ‘서민형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지역 상권에 걸맞은 고급백화점을 표방하며 경쟁에 불씨를 당겼다. 영국의 버버리, 스위스의 피아제 등 13개 명품 브랜드를 확보한 롯데는 추가로 샤넬 페라가모 등 ‘프리미엄급’ 브랜드의 입점을 위해 해외명품전에 바이어를 보내는 등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말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본점을 능가하는 명품브랜드를 유치, 롯데를 포함한 기존 상권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1, 2층에 루이뷔통 프라다 제냐 등 고급 의류잡화브랜드를 집중배치하고 매장을 유럽풍 고급 인테리어로 꾸며 고급 이미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들에 맞서 갤러리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등 선점 업체들은 ‘강남 명품의 본가’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수성(守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4층 규모의 독립명품관을 보유중인 갤러리아는 VIP고객을 대상으로 초청패션쇼를 준비하거나 와인 케이크 등 사은품의 전달횟수를 늘리는 등 고객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방침. 또 최근 미국의 티파니, 독일의 라우렐 등 고급보석과 패션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현대도 명품코너의 대표적인 잡화브랜드인 루이뷔통과 프라다의 매장을 연말까지 대폭 확장해 구비품목을 늘릴 계획이다. 이같은 고급화 경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명품 유치와 매장 인테리어에 따라 고급소비층을 확보하는 싸움이 결판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이선대 과장은 “대형할인점에 밀려 일반 소비시장에서 기득권을 상실한 대형백화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진이 높은 명품 마케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에도 '명품 바람'

최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회사원 이미영씨(29·여)는 평소 갖고 싶던 이탈리아제 프라다 배낭을 동대문시장의 한 패션몰 수입브랜드 매장에서 구입했다. 강남의 대형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는 50만∼60만원을 호가하지만 이 곳에선 25만원에 살수 있기 때문. 이씨는 “비록 유행이 지난 이월상품이지만 하나쯤은 고품격 브랜드를 갖고 싶었다”며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계’를 만들어 각종 명품브랜드를 구입하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때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명품 브랜드의 소비층이 직장여성과 대학생 등 젊은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이 아닌 동대문시장 등의 패션몰에도 수입명품 코너가 속속 들어서 이같은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현지 구매자들로부터 직수입하거나 다소 유행이 지난 백화점의 명품을 갖춘 이들 매장은 시중 백화점에 비해 20∼50% 가량 싸게 팔고 있어 젊은 여성고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2월 개장한 동대문시장의 패션몰 엠폴리스는 지하 1층 170여평에 프라다 지아니 베르사체 등 10여개의 수입명품 브랜드 매장을 마련했다. 동대문 제일평화시장도 지하 1층에 수입명품전문매장을 열어 액세서리부터 여성정장까지 30여종의 명품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두산타워 채근식 홍보차장은 “명품의 주 고객이 30, 40대에서 최근에는 20대 초반까지 확산되며 ‘샤넬족’ ‘구치족’ 등 ‘명품 마니아’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