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은 최근 내놓은 3집 ‘은하철도 999’의 전곡을 작사 작곡했고 노래도 했다. 프로듀싱도 했다.
“음반을 혼자 다 만들다보니 지나친 ‘작가주의’를 경계해야 했어요. 작곡은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의 갈등이자 조화입니다. 프로듀서는 그것을 가수 제작자 팬 등 3자의 입장에서 조율해야 하구요.”
머릿곡 ‘고마워요’는 가볍고 경쾌한 록이다. 노래만 들으면 가수가 귀엽고 앙징맞은 모습일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임현정의 얼굴은 선이 굵고 윤곽이 뚜렷해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만큼 3집의 분위기가 2집 때보다 훨씬 밝고 부드러워졌다. 1, 2집때 내세웠던 비판적 메시지를 걸러내고 “사랑 등 20대 중반 여성인 나의 감성이 담긴 파스텔톤 이야기도 3,4곡 담았다”고.
3집은 1집 ‘양철북’, 2집 ‘가위손’에 이은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다소 동화같지만 양철북이나 가위손처럼 소외된 자들이 이제 ‘은하철도 999’를 타고 이상향을 향해 떠난다는 이야기다. 임현정은 “세상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고 홀가분하게 우주로 떠나기에 음반이 밝아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새 음반에서는 그렇게 가벼워진 임현정이 ‘폴폴’ 날아다닌다. 그는 80년대 디스코, 어쿠스틱 사운드, 60년대 카바레를 연상시키는 사운드, 왈츠 리듬, 팡파르를 연상시키는 브라스 밴드 등을 곳곳에 집어 넣었다. 재주가 많은 것일까.
“집앞에 있는 녹음 스튜디오에서 종일 살아요. 이성에 대한 관심도 없고 녹음실에서 노래하고 작곡하면 금세 하루가 다 가요.”
임현정은 여러 결의 목소리가 매력이다. 그는 저음의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고 유쾌한 고음도 낼 줄 아는 창법을 지녔다. 그는 “여성의 록은 단조롭다는 선입견을 깰 것”이라며 “다양한 세계관이 담긴 노래를 다양한 장르로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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