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쏟아지는 갈대밭에서 펼쳐지는 이수혁병장과 오경필중사의 조우(遭遇)장면이나 남북한 병사들이 눈발 날리는 벌판에 일렬로 늘어서 대면하는 화면은 좀 더 깊이가 있으면서도 시각적 울림이 풍성하게 다가온다.
그 비결은 이 영화가 일반적 영화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 1.85대1 보다 가로가 훨씬 넓은 2.35대1의 와이드화면(시네마스코프)으로 촬영됐기 때문. 한국영화에서 시네마스코프는 60, 70년대 종종 등장했으나 배창호감독이 인기절정기에 파나비전카메라까지 동원해 촬영한 ‘황진이’가 흥행에 참패한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이번 시네마스코프는 국내 처음 도입된 슈퍼 35㎜ 촬영기법으로 촬영됐다. 원기둥 모양의 특수렌즈(애너모픽렌즈)로 가로화면을 2분의 1로 압축촬영한 뒤 영사할 때 확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카메라의 기계적 조작을 통해 촬영하기 때문에 더 경제적이다.
시네마스코프는 클로스업 장면에도 위력적이다. 카메라에 잡히는 화면의 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소피소령이 이수혁과 오경필을 심문하는 장면 등에서 카메라는 더욱 인물에 밀착됐고 이 때문에 더욱 섬세한 심리묘사를 잡아낼 수 있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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