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완전히 드러나기 전에는 좀처럼 알 수 없는 비밀과도 같다. 우리가 좁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는 동안 삶은 아주 조금씩 얼굴을 내민다."
작가 하성란은 첫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에 이은 이번 작품에서도 상징과 은유를 통해 인간존재의 근원적인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진명이 쌍둥이 남동생인 선명의 죽음에서부터 발을 내딛어 삿뽀로여인숙에 다다르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두 가지 이야기는 언뜻 아무런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이미 하나의 현(絃)으로 이어져 있고 진명은 그 현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난 것.
이 소설의 주요 모티프는 죽음이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같은 것이고 살아남은 자에게 그것은 상실을 의미한다.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도 완전무결하여 세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진명에겐 여전히 삶이 계속된다.
작가는 결국 단절과 상실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삶이 사실은 끝없이 연결되어 있는 길과 같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단지 그 길이 수없이 갈라져 있고, 무성한 숲에 가려져 있어서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말이다.
한필환<동아닷컴 기자>feelhw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