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작년 11월에 출판된 베르나르 에델만(Bernard Edelman)의 ‘니체, 상실한 대륙’ (원제 : Nietzsche, un continent perdu)은 니체의 주된 사상이 1세기가 지난 오늘날 실제로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어 관심을 끈다.
이 책에 의하면 최근 윤리학적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생물과학의 추세가 그의 ‘초인(超人)주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법학자이며 철학자로 파리고등사범학교 교수를 지냈고 ‘노동자 계급의 법제’(1973), ‘인간, 자연 그리고 권리’(1988), ‘저작권’(1993), ‘문학과 예술의 소유권’(1999) 등의 법률 저서와 철학서 ‘칸트의 집’(1984)을 썼다.
그는 니체 사상의 일관성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드러낸다. 신의 죽음을 선언한 니체에게 우주는 거대한 혼돈의 에너지로서 인간 역시 생동적 에너지였다. 그런데 소크라테스 이후 기존하는 서구의 모든 윤리관 특히 기독교적 가치관은 인간의 이 역량을 죄의식, 도덕, 이성의 이름 하에 구속하고 약화시켰다.
따라서 니체에게 구원이란 인간이 상실한 이 ‘힘에의 의지’를 찾는데 있었다. 독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5)에서 니체는 ‘새로운 인간’ ‘미래의 인간’을 예고하는데 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인간이다. 니체는 그의 ‘미래 인간’에 대한 믿음을 한 단편 속에서 이렇게 요약한다.
‘지도자들 종족(種族), 다시말해 지구의 미래 지도자들을 잉태할 수 있는 국제 유전자협회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식과 지혜 영향력이 뛰어난 우수한 인간들이 온순한 민주 유럽을 기구로 이용하여 지구의 운명을 맡을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신의 죽음 후 서양의 인간은 창조물에서 창조주로 둔갑했다. 오늘날 행해지고 있는 태아 선별, 인공 생식, 유전자 재조합 등은 뛰어난 종족에 대한 니체의 예언이 벌써 현실화됐음을 말해준다. 인류는 게르만 민족의 재건을 외치던 나치를 물리쳤다. 그러나 좀더 강력하고 완전한 역량을 소유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실험은 이제 세계적으로 인도주의의 명목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물질적 힘으로만 이루어졌을까? 인간들은 결국 힘에 의해 서열이 나누어지게 될까? 니체의 초인철학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현대인에게 더욱 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것이다.
▼니체, 상실한 대륙/베르나르 에델만, PUF 출판사 (www.puf.com)▼
조혜영(프랑스국립종교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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