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교수 기고]아리랑 TV월드채널 출범 정보주권…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33분


오늘날 미디어는 세계를 보는 중요한 창이다. 이 창 너머 그림을 통해 우리는 바깥 세계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TV가 보여주는 것도 ‘있는 그대로’는 아니다. 가짜환경이다. 진짜 환경을 사람들이 직접 알아보기에는 “너무나 크고, 복잡하고, 걷잡기 힘들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자기 나름의 좁은 경험의 테두리 속에서 현실세계를 그럴싸하게 묘사해 낸 미디어의 세계를 진짜의 세계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서방 강대국이 공급하는 뉴스와 영화, TV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우리는 그 나라에 대한 지식을 얻고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 결과 특정 나라에 대한 동경이나 편견이 생긴다. 서방 강대국이 전하는 뉴스나 프로그램은 자국의 입장에서,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서 선택되고 제작되고 있다.

미디어가 전하는 국가간의 메시지는 장기간에 걸쳐서 일관된 이미지를 만들어나간다. 이를 스테레오타이핑이라고 하는데 이 고정관념이 국제여론을 형성하고 상품의 구매를 결정하고 사람들의 취향과 유행을 수로화(水路化)한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정보의 불균형이라고 부르고 커뮤니케이션 종속 현상이라고 말한다.

◇수출 촉진 에이전트 역할◇

아리랑TV 월드채널이 26일의 본 방송을 앞두고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월드채널이란 글자 그대로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범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뜻한다. 이미 아리랑TV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현지인을 대상으로 해외위성방송을 시작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TV가 만든 연속극이 외국에서 인기를 끌기도 하고 우리 연예인이 현지 10대들의 우상이 된 사례도 있다. 우리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시키고 한국 관련 정보를 정직하고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바꾸어가고 있다. 또한 우리 상품의 수출을 촉진하는 에이전트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초기 해외방송이란 식민지시대에 자국의 해외 주둔군이나 자국민, 식민지인의 교화를 위해 주로 존재해 왔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위성의 이용이 일반화되었고 하늘은 완전 개방되고 있다. 케이블TV에 가입한 가정에서는 CNN 스타TV CCTV 미군TV 등을 일상적으로 시청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의 연구실에서는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TV도 본다.

◇양질의 프로 확보 성패좌우◇

아리랑TV의 세계화는 시대적 요청이다. 이것은 일방적으로 흐르던 커뮤니케이션의 물꼬를 역류시키려는 큰 사건이다.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온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거센 저항이자 독립선포라고 할 수 있다.

아리랑TV의 월드채널이 극복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전파를 쏜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두 보는 것은 아니다. 송출 기술은 공유하지만 방송내용은 천차만별이 아닌가. 무엇보다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는 일이 성패의 키가 될 것이다.

월드채널은 또한 언어지형적 특성을 제대로 소화해내야 한다. 유럽에는 8개 주요언어가 있으며, 남북 아메리카에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가 존재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선전’이 아니라 ‘홍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편성의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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