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외과전문의 이석제박사는 지난 수 년간 조선왕조실록을 조사한 결과 세종이 앓았던 질환은 성병인 ‘임질’이 아니고 ‘대상포진’이라는 주장을 최근 내놓았다.
조선왕조실록엔 세종이 임질(淋疾)을 앓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세간에서는 세종이 성병을 앓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1981년 이숭녕박사는 세종의 임질이 곧 요로결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석제박사는 “세종의 여러 증세를 종합해보면 현대의학 용어로 대상포진에 해당하며 세종은 또 ‘포진 후 신경통’에 시달렸음이 분명하다”면서 “세종이 과로 탓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이 병에 결렸고 극심한 통증 가운데에서도 집무를 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실록에는 △임질 발병 11일째 서무를 보고 재가하고 나면 기운이 노곤하다 △한 달 뒤 조금이라도 말하거나 움직이거나 감정이 바뀌면 찌르는 듯 아픈 증세가 발작한다 등의 기록이 있는데 이는 대상포진의 증세라는 것.
글자 형태로는 림(淋)이 물뿌릴 림이기 때문에 ‘피부에 물방울 비슷한 것들이 있는 증세’를 가리키고 질(疾)은 신경통인 풍질(風疾)을 뜻한다는 것.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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