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디오]'허공에의 질주' 리버 피닉스 가슴찡한 연기

  • 입력 2000년 9월 8일 18시 57분


스물셋에 요절한 ‘아이다호’의 스타 리버 피닉스를 기억하는 영화팬들에게 반가울 소식. 그가 주연을 맡은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가 추석연휴를 앞두고 7일 비디오로 출시됐다.

반항하는 청춘의 상징이면서도 제임스 딘보다 연약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보다 섬세한 리버 피닉스는 이 영화에서 끝없는 도주길에 오른 가족에의 헌신과 자신이 살고싶은 인생 사이에서 갈등하는 10대의 역할을 맡아 가슴 찡한 연기를 보여준다.

베트남 전쟁 때 반전운동을 하다 네이팜탄을 개발하는 군사 실험실을 폭파한 혐의로 FBI에 쫓기는 아서와 애니 부부. 부모를 따라 도망자 생활을 하는 대니(리버 피닉스) 역시 6개월에 한 번씩 이름과 머리색을 바꾸며 살아야 한다. 건반 연습판으로 혼자 피아노 공부를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대니는 새로 간 학교에서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으로부터 줄리아드 진학을 권유받는다. 그러나 대학에 가려면 대니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하고, 아서는 FBI의 주목을 받게 될까봐 대니의 독립을 반대한다.

도망자 생활을 하는 이 가족의 서글픔이 가장 진하게 전달되는 장면은 늘 위축된 듯 어깨를 움츠리고,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느낄 때도 손길과 표정에 주저하는 마음이 절절이 배어있는 리버 피닉스의 연기를 통해서다.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자의 슬픔 뿐 아니라 가족과 개인, 이념과 사랑, 열정과 성장, 기성세대와 급진적인 젊은 세대의 관계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하게 하는 수작.

감독 시드니 루멧. ★★★★(‘믹 마틴&마샤 포터의 비디오무비 가이드2000’의 평가.만점〓★ 5개).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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