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는 청춘의 상징이면서도 제임스 딘보다 연약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보다 섬세한 리버 피닉스는 이 영화에서 끝없는 도주길에 오른 가족에의 헌신과 자신이 살고싶은 인생 사이에서 갈등하는 10대의 역할을 맡아 가슴 찡한 연기를 보여준다.
베트남 전쟁 때 반전운동을 하다 네이팜탄을 개발하는 군사 실험실을 폭파한 혐의로 FBI에 쫓기는 아서와 애니 부부. 부모를 따라 도망자 생활을 하는 대니(리버 피닉스) 역시 6개월에 한 번씩 이름과 머리색을 바꾸며 살아야 한다. 건반 연습판으로 혼자 피아노 공부를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대니는 새로 간 학교에서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으로부터 줄리아드 진학을 권유받는다. 그러나 대학에 가려면 대니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하고, 아서는 FBI의 주목을 받게 될까봐 대니의 독립을 반대한다.
도망자 생활을 하는 이 가족의 서글픔이 가장 진하게 전달되는 장면은 늘 위축된 듯 어깨를 움츠리고,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느낄 때도 손길과 표정에 주저하는 마음이 절절이 배어있는 리버 피닉스의 연기를 통해서다.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자의 슬픔 뿐 아니라 가족과 개인, 이념과 사랑, 열정과 성장, 기성세대와 급진적인 젊은 세대의 관계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하게 하는 수작.
감독 시드니 루멧. ★★★★(‘믹 마틴&마샤 포터의 비디오무비 가이드2000’의 평가.만점〓★ 5개).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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