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서태지 "이번 2집은 내 최고의 음반"

  • 입력 2000년 9월 14일 19시 55분


서태지가 14일 오후 3시10분 서울 정동 A&C홀에서 정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서태지는 오는 10월19일 잠실 주 경기장에서 열리는 '세계평화음악제'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단체인 '평화음악준비위원회'가 남북화해와 세계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하는 이 음악제에는 아트 가펑클, 독일의 스콜피언스 등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태지는 또 이 자리에서 2~3달 동안 전국 투어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컴백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솔로 1집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돌아올 계획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음악을 만들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믹싱 작업 후 1달 동안 연습한 뒤 국내에 복귀하게 됐다.

▼미국 생활과 결혼 계획이 궁금하다.

-그간의 일부 언론에서의 보도는 완전 낭설이며 음악 외의 사생활은 말하고 싶지 않다. 은퇴 직후 미국을 떠난 적이 없고 현재 영주권을 취득하기 직전의 합법적 체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결혼은 마음의 여유가 생긴 뒤에나 생각해 보겠다.

▼9월9일 컴백 쇼 당시 립싱크 논란이 일고 있다.

- 4년7개월만에 첫 방송이어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반주는 전곡을 AR(이미 연주 녹음이 된 테이프)로 진행했다. 노래는 70~80%를 라이브로 불렀고 나머지 부분만 립싱크로 처리했다. 당연히 록 음악은 모든 게 라이브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전국 투어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귀국 후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했는데.

- 음악적인 것 외에는 드러내고 싶지 않다. 컴백 쇼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팬들과의 만남은 최대한 자주 가질 계획이다.

▼지나친 신비주의가 고도의 상업화 전략은 아닌가?

- 나의 활동 방식을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상업적 전략을 구사할 만큼 나는 똑똑하지 않다.

▼서태지 2집을 소개해달라.

- 여러 가지의 음악들이 섞여있고 내 색깔을 많이 찾은 음반이다. 지금까지의 앨범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지금 왜 '핌프 록'인가?

- 선진국의 음악 장르를 한국에 소개해서 미래를 앞당기고 싶었다. 하드코어와 랩이 가미된 '핌프 록'이 내 가슴에 와 닿았고, 이런 음악을 앞으로도 계속 펼칠 것이다.

▼핌프록이 대중화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나?

- 과거에 갱스터 랩을 가미한 힙합곡 '컴백홈'을 발표한 이후 국내에도 힙합은 일본 못지않게 대중화됐다고 생각한다. 핌프 록 역시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디 밴드들이 선보이는 핌프 록의 수준도 높아서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핌프록 그룹 '콘'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의견이 있는데.

- '콘'의 음악이 노래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부분은 있으나 표절과는 무관하다. '컴백홈' 당시도 '사이프레스 힐' 곡의 표절시비가 있었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판명나지 않았나.

▼노래나 의상 등이 '왜색'이라는 지적도 있다.

- '울트라맨'이 일본 캐릭터인 것은 인정하지만 '매니아'를 비유한 것이고 내 음악의 일부에 불과하다. 음반사 '괴수대백과 사전'의 경우도 어린 시절 재미있게 봤던 책이름을 빌려 쓴 것뿐이다.

▼국내에서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 대규모 체육관 및 클럽 공연을 포함한 전국 투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도 1주일에 한번은 꼭 출연할 것이다. 2~3달 정도 활동 한 뒤 미국으로 떠나 7집(솔로 3집) 준비에 들어간다. 은퇴할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이 그리우면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다.

▼전국 투어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 체육관 같은 대규모 공연은 물론 클럽에서도 콘서트를 열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가수와 관객이 춤을 추고 몸을 날리는 한바탕 잔치가 될 것이다.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몸으로 느끼는 음악을 알리고 싶다.

▼미국에 체류하면서 해외 진출을 생각해봤나?

- 해외 진출은 나의 꿈이다. 몇 년 전부터 미국 일본 쪽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앨범으로 그 가능성을 타진하겠다.

▼음반사는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 미국에서 국내 언더 밴드들의 음악을 거의 다 들어봤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직접 기획, 제작은 하지 않지만 길을 만들 수 있다면 돕고 싶다. 새로운 음악을 알리는 창구 역할 정도라 할 수 있다.

▼솔로 3집은 어떤 음악이 될까?

- 아직 준비된 게 없다. 뭐가 될지 나도 모른다.

▼활동 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 미국에서는 경호원도 필요 없고 편안하다.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곳에서 작은 아파트라도 얻어서 음악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미국 행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아 달라.

▼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의미있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미국에서 컴백 쇼 연습 도중 TV로 남과 북이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태재단 측의 요청으로 10월19일 서울 잠실 주 경기장에서 펼쳐질 '세계평화음악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남북한 가수는 물론 파바로티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이 참가할 예정이다. 평화단체들과 서울기획(대표 이태현)이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핌프 록 뮤지션들도 초청할 생각이다.

▼당신의 복귀로 가요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나?

- 나는 내 음악을 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너무 큰 기대는 말아달라. 국내 가요는 가끔씩 들었고, 국내 록커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나 역시 10년 가까이 기다려왔다. 내 다음 세대에나 더 좋은 음악이 나올 것으로 본다.

▼10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관심이 많다. 핌프 록도 '젊은 문화'다. '인터넷 전쟁'이나 '오렌지'는 일부 네티즌들의 잘못된 점을 다룬 노래다. 앞으로 세대를 막론하고 꼬집을 부분은 꼬집겠다.

▼컴백과 관련해 CF, 공연 수익금 등 7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쓸 생각인지.

- 돈을 많이 번 것은 사실이다. 어디에 쓸 것이라고 말하기보다 알아서 좋은데 쓰겠다.

▼앞으로 활동을 하다 또다시 은퇴를 할 수도 있는 것인지.

- 96년 은퇴 당시는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도 사실상 언제 그만둘 지 모른다. 많은 선배 뮤지션을 보면서 열정이 있을 때 좋은 음악이 나오더라. 열정이 식으면 또 물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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