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름다운 추억이란 흔히 사진첩 속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꿈이란 게 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이 땅 어린이의 가슴에 수없는 무지개를 띄워냈던 동화작가 강소천(1915∼1963).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 적지만 컴퓨터 게임과 영어비디오 속에 자라는 요즘 아이들이 그의 작품을 읽어보기는 쉽지 않다. 그의 대표작 세 편을 컬러삽화와 함께 담은 새 책이 나왔다. 아이와 함께 책을 펼치며 오래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려 볼까.
깊은 산 속에서 마주친 ‘꿈을 찍는 사진관’. 꿈을 꾸면 사진기가 그대로 필름에 옮겨준다. 어떻게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추억을 종이 위에 파란 잉크로 써서 가슴에 품고 자면 된다. 주인공이 고른 꿈은 살구꽃 활짝 핀 휴전선 이북 고향 뒷산의 꿈. 그리고 따사한 봄볕을 쬐며 잔디 위에서 함께 놀던 순이 꿈.
사진을 받아든 그는 깜짝 놀란다. “어? 순이는 열두 살 그때 모습 그대로, 나는 스무 살…!”
주인공이 오늘 ‘꿈을 찍는 사진관’을 찾는다면 어떤 사진이 나올까. 흰 수염 성성한 할아버지가 손녀같은 여자아이와 뛰노는 사진이 나올까.
소천의 동화는 한 줄기 따스한 시심(詩心) 속에 깃든 교훈이 특징. 그러나 ‘금지’나 ‘억압’으로서의 교훈은 찾아볼 수 없다. 세상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선하게 살도록 인도하는 포근한 교훈이 정성들여 닦은 언어 속에 깃들어 있다.
표제작인 ‘꾸러기와 몽당연필’은 연필을 잃어버린 ‘꾸러기’ 영식이가 학용품의 귀중함을 깨우친다는 내용을 연필의 시선을 빌어 그려냈다.
▼'꾸러기와 몽당연필'/ 강소천 지음, 이규성 그림/ 가교/ 96쪽 6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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