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이런 반론도 있다. 음식(중의법 차원에서)을 빨리 먹는 사람들은 말한다. “얼른 먹고 한 그릇 더 먹으려고….”
어쨌거나 한 번 상상을 해 봄직하다. 카사노바는 과연 무엇을 먹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과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밀회를 기다리며, 연인과든 혼자든, 혹은 열락의 황홀경을 끝내고 푹 잠을 잔 뒤 창가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독일의 여성 ‘카사노바 연구가’인 루트 봄보쉬의 책 ‘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 돈 환과 쌍벽을 이루는 밀레니엄 바람둥이 카사노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다. 독특한 점이라면 직접 읽어보기 힘든 카사노바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가 풍성히 인용되고 있다는 것, 갖가지 밀회의 분위기를 근사(近似)한 당대의 풍속화로 소개한다는 것, 그리고 각각의 일화에서 카사노바가 먹었음직한 음식의 조리법이 장(章)마다 한가지씩 선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쾌락을 위해서, 언제나 희열의 80%만을 채우기로 마음먹었으므로 삼가는 것을 고통이라고 여긴 적은 없다.”
‘미소년’ 벨리노의 비밀을 벗기고 그 ‘녀’를 연인으로 만든 뒤 함께 들었을 법 한 바다조개와 파슬리 요리.
“수치심을 가진 여자는 일단 한 겹의 수치심만 벗겨내면 다음부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잠든 두 자매 앞에서 ‘행복한 주저’를, 최고의 황홀경을 잇따라 경험한 뒤 입에 넣었을 것 같은 ‘훈제 혀요리’….
슬슬 감각이 발동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냉장고 앞으로 가자. ▼'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 루트 봄보쉬 지음/ 안영란 옮김/ 디자인하우스/ 232쪽 8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