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한국에서의 첫 전시에서 원추의 단면과 막대로 구성된 정제된 기하학적 조형미를 ‘시각의 차이’라는 측면에서 조망한 작가는 이번엔 ‘숨겨진 풍경 찾기’를 주제로 더욱 심화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조각 10점과 드로잉 8점을 통해 추상적인 조형성 너머에 숨겨진 작가의 내면 풍경을 음미할 수 있다.
학창시절 홀은 어떠한 장소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완성한 뒤 ‘초상’이라고 명명했다. 그에게 풍경이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풍경 자체가 아니라 미학적 감응이든 정신적 태도에 관련된 것이든 풍경과 작가간의 길고 복잡한 상호관계 안에서 도출되는 ‘그 무엇’으로 작가는 그 특정한 감응에 주목해 왔다.
88년 서울 서울올림픽 조각 심포지엄에서 영국 대표작가로 참가했을 때 숙소인 워커힐에서 본 한강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연적, 창덕궁 비원의 부용지 등에 매료됐던 홀은 귀국후 ‘한강’ 연작을 제작하는 등 한국의 자연과 풍경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전시에 맞춰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02―549―7574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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