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그리고 아직 어린 네 남매. 집안이 고요할 리 없겠죠?
모처럼 맞은 덩치 아빠의 생일, 엄마는 아빠랑 둘만 조용한 밤을 보내고 싶어요. 모두들 일찍 목욕시키고 잠옷을 입혔지요. 그런데 저런. 오늘도 늦게 들어온 아빠는 파김치처럼 축 늘어져있고, 네 남매의 눈은 아직 초롱초롱 하기만 하네요. 엄마 아빠의 조용한 밤은 찾아 올까요?
며칠이 지난 어느날. 피곤한 덩치 엄마는 좀 쉬고 싶어요. 5분만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으면….
그런데 첫째 레스터가 따라들어왔어요. 열심히 연습한 피리를 불어보겠다나요. 이번에는 둘째 로라가 들어왔어요. 열심히 읽기 연습한 동화책을 읽어보겠다구요. 밑의 두 동생은 뭘 하고 있을까요? 엄마는 5분 동안 푹 쉴 수 있을까요?
동화속에서처럼 항상 웃음만 넘쳐흐르는 집은 상상 속 허구의 집이다. 그 집은 아마 마술요정이 밤새 청소를 해주고, 식사 때는 선녀들이 아이들에게 하나씩 다가가 밥도 먹여주는 집일 것이다.
실제의 가정은 그렇지 않다. 일감은 넘쳐흐르고,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고, 집안은 금새 엉망이 된다. 조금만 엄마 아빠 형편을 보아주면 좋으련만!
이 책에 실린 섬세한 질감의 색연필 그림, 쉽고 유쾌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생활속의 피곤도 웃음으로 풀어버릴 수 있을 거다. 아이들로서는 엄마 아빠가 가끔 내는 짜증도 이해할 수 있는 ‘기특한’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을 지 모르고.
아니, 그런 ‘속셈’은 다 잊어버려도 좋다. 그냥 아이와 함께 하하 호호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니까. ‘덩치 가족은 뚱뚱해!’ ‘덩치 부부의 외출작전’ 도 출간. 각권 55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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