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스님들이 즐겨들던 죽. 죽을 끓일 때 물은 보통 멥쌀의 5배, 현미찹쌀의 10배가 기본이다.
■탄허스님의 잣죽
불교 최고의 학승 탄허스님이 화엄경을 번역할 수 있었던 데는 잣죽이 한몫 했다.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 불린 현미찹쌀 100g에 물을 넣고 팔팔 끓이다가 서서히 달인다. 죽이 거의 다 되면 짓찧은 잣(또는 잣가루)을 넣고 조금 더 끓인다. 잣 고깔을 떼면 핵심 영양소를 다 버리는 것이므로 주의.
■성철스님의 콩죽
성철스님은 철저한 죽식주의자. 낮 12시 전에 반드시 죽식을 하고 다음 끼니는 솔잎 등 자연식을 들었다. 하룻밤 불린 검은콩 60g에 물을 붓고 센 불에서 끓이다 약한 불로 천천히 끓인다. 콩이 다 익을 무렵 현미찹쌀 100g을 넣고 계속 가열하다 죽물이 걸쭉해지면 흑설탕을 넣어 먹는다. 신장 허약으로 인한 요통에 좋으며 간을 보양하고 눈을 밝게 하는 효과가 있다.
■효봉스님의 연밥죽
효봉스님은 하루 한끼 죽식을 했는데 주로 연밥죽을 들었다. 연밥 50g을 따뜻한 물에 불렸다가 껍질을 벗겨 속살을 준비한다. 여기에 현미찹쌀 100g과 물을 붓고 팔팔 끓이다가 불을 낮춘다. 죽물이 걸쭉해지면 설탕을 넣고 살짝 더 끓인다. 연밥심을 넣는 게 건강의 비결. 대장을 보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눈과 귀를 밝게 해준다.
■경봉스님의 녹두죽
‘이 뭐꼬’ 화두로 대오한 경봉스님은 모진 세파에 옥살이 수난도 겪었다. 울분으로 마음이 상했을 때 들었던 음식이 녹두죽. 울혈을 풀어주는 녹두는 해독작용을 하며 열을 없애는 힘이 있다. 녹두 50g을 푹 삶아 체에 거른 뒤 녹두 삶은 윗물만 따라내어 현미찹쌀과 함께 끓인다. 쌀알이 푹 퍼지면 녹두앙금을 넣어 밑바닥이 눋지 않도록 저어가며 끓인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