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머리가 나쁘고 게으른 지휘관. 조직이 망할 지 모르기 때문에 부하들은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둘째는 머리는 나쁘지만 부지런한 지휘관. 부하들의 몸을 제일 고달프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셋째는 머리는 좋지만 게으른 지휘관. 부하들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지휘관이다. 넷째는 머리도 좋고, 부지런한 지휘관. 부하들에게는 둘 중 하나이다. 큰 일을 내든지, 완전히 망하든지.”
오다 노부나가는 네번째 유형의 지도자이다. 여기에 무서운 결단력과 추진력까지를 갖추었기 때문에 일본을 통일하는 주역이 됐다. 오다 노부나가의 장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그는 일본 중세 때의 떠돌이 무사였던 낭인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고, 이런 정보들을 실전에 사용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정보의 중요성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현실주의. 부국책(富國策)의 일환으로 천시받고, 규제일변도였던 상업을 적극 육성했고, 천하 제일의 장인을 우대해 ‘가업은 이어간다’는 일본의 전통을 뿌리내리게 만들었다. 이런 정책들은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역사관에서 출발한다. 일본의 중세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난세의 영웅들이 그렇듯이 오다 노부나가의 용인술에서도 온정주의란 찾아볼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일개 낭인에 지나지 않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파격적으로 대우한 것인데, 능력이 있는 자는 한없이 우대하지만, 무능한 관리자는 적보다 더 철저하게 배척했다. 이와 함께 전력투구하지 않는 자는 친소에 관계없이 내쫓았고, 부하들의 출세 경쟁을 주도하면서 이를 조정해 자신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기도 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카리스마적인 지휘철학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주의 지휘철학과는 상반된다. 따라서 적대적인 세력을 다루는데도 두사람은 차이를 보였는데 노부나가는 자신의 숙적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처형한 반면, 이에야스는 그들을 포용 했다. 누구의 통치철학이 더 뛰어난 것이었을까? 이에야스가 도쿠가와 막부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에야스의 승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노부나가는 이에야스로 하여금 도쿠가와 막부를 만들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 결국 마지막 판단은 독자의 영역일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일본 역사상 최고의 경영자를 꼽으라면 1위로 오다 노부나가를 선택한다고 한다. 시대가 어려워지면 자연적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처럼 경기침체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일본인의 심정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정환 옮김. 263쪽, 8500원▼
이종우(대우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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