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아파트를 둘러싼 러브호텔, 성인 나이트클럽,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뒤덮는 유흥업소의 홍보…. 신도시가 향락문화로 뒤덮이고 있다.
참다 못한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각종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종교계가 나섰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경기 서부지구 사제단은 24일 ‘경기 고양시 주민의 생활환경과 교육 환경권을 침해하는 유해한 위락시설과 숙박업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19개 성당의 신부 27명이 참여한 선언문은 “지역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행정당국은 러브호텔 등 유해업소 신축을 원천 봉쇄하고 기존 업소에 대해서도 허가취소 등의 조치를 통해 주민신뢰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20만 회원의 YMCA도 22일부터 러브호텔 퇴치운동을 선언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러브호텔 주민 공동대책위원회는 러브호텔 난립 책임을 자치단체장에게 물을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하고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신도시 구성원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상업지역에서만 이뤄지던 퇴폐 유흥문화가 내 집 앞과 자녀들의 학교 앞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 분당 신도시 정자동 야탑동 금곡동 등 단독주택가 일대 노래방에서는 시간당 3∼4만원을 주면 손쉽게 접대부를 불러 함께 즐길 수 있다. 일부 카페는 노래방시설에 접대부까지 고용해 사실상 ‘유흥주점’업을 하고 있다.
단독주택 1층에 들어선 이들 업소가 밤이면 대낮같이 밝혀놓은 네온사인과 소음으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준 지 오래다. 분당 백궁역 인근에는 영업 중인 4곳의 러브호텔도 모자라 최근 9개의 러브호텔 신축허가가 나갔다.
부천시 원미구 중1동 중동 신도시에는 4월과 6월 초중고교 4개 학교가 인접한 곳에 러브호텔 2곳의 건축허가가 났다.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에는 ‘동양 최대규모’라고 소문난 대형 나이트클럽이 내년 초 개장을 목표로 5월부터 공사를 하고 있다.
일산 신도시 강선마을 김상준씨(38)는 “아파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온통 러브호텔과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 천지”라며 “예전엔 공기 좋다고 놀러 오겠다던 친구들 대신 일산에서 술이나 사달라는 사람들만 생겨나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신도시의 이같은 유흥퇴폐업소 난립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무계획적인 도시관리에서 비롯됐다. 주택가 인근이나 학교 근처에는 퇴폐업소가 들어설 수 있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수 증대를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 승인을 남발했다.
건설교통부 등 중앙정부가 문제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으로 일관한 것도 이를 부추긴 요인. 민선 지자체장이나 지자체 사업심의위원은 대개 지역주민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역주민 여론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신정철(辛丁哲)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가 사업 인허가권 등을 지자체로 넘겨줄 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지침 등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지 못하면 난개발은 불 보듯 뻔하다”며 “지자체가 현 규정만이라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 등을 정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성남〓황재성·남경현·이동영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