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노화백은 팔순에 '인왕'을 그렸다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과수원’ 작가 이대원이 올해 팔순을 맞아 인왕산을 그렸다. 무려 1000호 크기의 대작으로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팔순기념 특별전에 최근작 50여점과 함께 10월 10일까지 전시된다.

조선 후기 겸재 정선(謙齋 鄭G)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그린 이후 인왕을 그린다는 것은 작가에게 큰 부담이다. 이씨는 이 부담을 인왕을 그리는 장소와 방식을 바꾸는 식으로 덜었다. 인왕은 갤러리현대 4층에서 바라본 실루엣으로 나타나고 예의 ‘과수원’그림처럼 화려한 원색으로 가득차 있다.

이씨만큼 행복한 화가는 없다. 경기 파주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곳에 선친이 일궈놓은 과수원 ‘일경농원’은 영감의 원천이 됐다. 일제시대 제2고등보통학교 시절 벌써 두차례 선전(鮮展)에 입선했다. 부모의 뜻을 받들어 경성제국대 법학부에 입학했다. 정희철 서울대법대교수가 그의 동기다. 입학후에는 아버지의 후원을 받아 화가의 길을 걸었다. 59년이후 국내 첫 상설화랑인 반도화랑을 운영했다. 화랑가의 대모인 갤러리현대 박명자 사장은 그 밑에서 그림과 화상으로서의 기본을 익혔다.

67년 이후 대학에 출강했다. 한국 미술의 본산인 홍익대 미대학장과 총장 등을 거쳐 예술인으로서 최고의 자리인 예술원회장까지 지냈다. 부인과 딸 다섯중 넷이 의사다. 팔순의 나이에도 건강이 넘치고 작품도 잘 팔리고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고통이 없다. 현실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 ‘조르쥬 쇠라’의 작품에서처럼 화려한 색상의 점묘로 증발해버린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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