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이후 도전기를 독점해오던 국내 바둑계 이창호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9단의 4인방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4인방이 타이틀을 못 따낸 기전은 국수전(루이나이웨이 9단)이 유일했다. 더구나 이들 4인방이 한명이라도 끼지 않은 도전기는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틀리다. 이세돌 3단, 루이나이웨이 9단, 최명훈 7단, 유재형 4단, 박영훈 초단 등이 4인방의 틈새를 비집고 도전기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우선 국내 최대 기전(우승상금 3500만원)인 LG정유배. 조9단은 본선에도 들지 못했고 서9단은 16강전, 유9단은 8강전, 이9단은 4강전에서 각각 탈락했다. LG정유배 도전 5번기의 주인공은 루이9단과 최7단으로 낙착됐다.
박카스배 천원전도 마찬가지다. 유재형 4단이 이창호 루이나이웨이 9단을 연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유창혁 서봉수 9단을 꺾은 이세돌 3단과 도전 5번기를 갖게 됐다.
4인방의 갑작스런 부진은 어떤 이유일까.
이창호 9단의 경우에는 ‘최정상에 오른 자의 무력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바둑을 위해 다른 취미에는 하루 1시간이상 투자하지 않는다던 이9단이 LG정유배에서 루이 9단과의 대국이 있기 전날 5시간이나 테니스를 쳤다. 당연히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최근 이9단의 바둑을 보면 초반부터 실수가 잦다. 바둑에 대한 집중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조9단은 세계사이버 바둑대회 등 다른 사업 때문에, 유9단은 원래 기복이 심한 기풍에서 부진의 원인을 찾는다. 서9단 역시 왕위전 도전권을 따내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다른 기전에선 부진했다.
물론 루이 9단을 비롯해 이세돌 3단 등 신예의 기량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문용직 4단은 “4인방이 급격히 퇴장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이세돌과 같이 뛰어난 신예들과 함께 도전기를 분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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