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만화의 거장 엥키 빌랄의 대표작 ‘니코폴’(현실문화연구)이 국내에서 출간된다.
3부작으로 구성된 ‘니코폴’은 3권 출간 당시(92년) 프랑스의 권위있는 서평지인 ‘리르’가 모든 장르의 출판물 중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작품. 우리나라에서는 만화가 ‘아이들이나 보는 질낮은 매체’로 평가받는데 반해 프랑스의 만화는 제8의 예술로 불리며 예술성과 창의성에서 다른 매체와 대등한 평가를 받는다.
‘니코폴’은 주인공 니코폴이 신나치주의자와 혁명그룹이 대치하고 있는 미래의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베를린 적도 등으로 옮겨다니면서 겪는 모험담을 그렸다. 하지만 소재만 모험일 뿐 정치적 종교적 담론과 현실 비판을 담아낸 작품. 86년 나온 2권에서는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암시하는 내용을 담았을 정도로 정확한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유채화와 드로잉의 결합된 그림도 우리나라나 일본의 만화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함이다.
엔키 빌랄에 버금가는 만화작가 뫼비우스(그림)와 조도로프스키(글)의 ‘잉칼’(교보문고)도 최근 출간됐다. 사립탐정 존 디풀을 비롯한 7명의 주인공이 우주를 암흑으로 만드려는 테크노 계급의 음모에 맞서 우주를 구원한다는 평범함 줄거리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알레고리와 상징이 담겨있다. 일반적인 영웅상과는 달리 소심하고 째째한 반(反)영웅 존 디풀, 선과 악 등 대립적인 것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첫장면과 끝장면의 동일함 등이 독자들에게 다양한 독법을 요구한다. 또 29일부터 10월4일까지 부천 국제만화제에서는 ‘프랑스 만화특별전’이 개최된다. 여기에 참석하는 프랑스 중견작가 레지스 르와젤의 ‘피터팬’(비앤비출판사)도 피터팬을 빈민가라는 현실세계의 아이로 등장시킨 작품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14세 소녀의 깜찍한 이야기를 담은 ‘앙리에트의 못말리는 일기장’, 세계출판만화 최대의 축제인 2000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을 받은 ‘이비쿠스’ ‘라마 블랑’ ‘코르토 말테스’ ‘제롬 무슈로의 모험’ ‘쌍브르’ 등 수주높은 프랑스 작품들이 잇따라 출간될 예정이다.
만화평론가 박인하씨는 “최근 프랑스 만화 출간 붐은 전례없는 일로 일본 만화에 식상한 만화 애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라며 “20대 이상의 고급독자를 노리고 있는 프랑스 만화는 시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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