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살점과 약간 질긴 듯한 껍질 맛이 일미지요. 넉넉한 시골 인심이 남아 있어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푸짐한 것도 이곳만의 매력이에요.”
#변하지 않는 맛
바다에서 태어난 뒤 민물로 거슬러 와 수년간 자라고, 다시 심해로 돌아가 산란하는 뱀장어. 바다에서 잡히는 것은 암놈, 민물장어는 숫놈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자웅동체(雌雄同體) 어종이다.
자연산 장어는 씨알이 굵고 등과 배쪽이 약간 누런색을 띠지만 양식장어는 등이 검고 배에 흰색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 22년전 이 곳에 최초로 횟집 겸 장어집을 연 ‘더리미집’ 주인 한현숙씨는 “자연산 장어는 약간 갯내음이 배어 있어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양식장어가 낫다”고 말했다.
더리미 장어타운의 원조는 더리미집을 포함해 해변, 선창 등 세 집이고 10여년전부터 하나둘씩 늘어났다. 80년대 중반까지는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인근 염하강에서 잡힌 자연산 장어만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제 양식장어가 주류다.
#집마다 다르다
장어는 그 자체가 강한 맛을 지니고 있어 간장 고추장 등 양념은 말 그대로 조리료 역할밖에 못한다. 그러나 집마다 다른 맛을 내는 비결은 소스에 있다. 장어가 하드웨어라면 소스는 소프트웨어인 셈.
일미산장 여주인 박입분씨(52)는 “장어뼈와 머리를 4∼5시간 이상 푹 곤 물로 소스장을 만들지만 마늘 생강 참기름 후추 양파 등 10여가지의 양념의 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장맛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두 개의 핵심 양념은 극비 사항.
그는 산장이 문을 연 14년전부터 새벽마다 푹 곤 장어국물을 한잔씩 마시고 있는데 덕분에 피로를 모르고 피부도 탱탱한 것 같다며 웃었다.
더리미 장어타운의 가장 큰 장점은 양과 질을 겸비했다는 점이다. 1㎏에 4만원(양식장어 기준)인데 2∼3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자연산은 미리 주문해야 되는데 시세에 따라 1㎏ 8만∼12만원 정도.
스태미너 식품인 장어를 푸짐히 먹고 나서 자전거로 바닷바람을 가르며 해안도로를 달리면 어떨까.
더리미 장어타운에서 초지진까지 9.05㎞의 해안도로에 최근 자전거도로가 설치됐다. 강화버스터미널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덕진진 광성보 초지진 등 국방 유적지가 해안가를 따라 이어져 있고 팔만대장경을 조판한 선원사, 유명 사찰인 전등사, 프란스인 갤러리 등도 가볼 만하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강태공들에게 손짓하는 수로들도 의외로 많다.
<강화〓박희제기자>mi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