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장관과 교수가 이런 식의 ‘설전’을 벌인다는 것이 우리 풍토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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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을 먼저 연 쪽은 정교수. 그는 9월25일자 동아일보 ‘구조조정만이 주가살린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을 맹렬히 비판하고 출범한 지 50일가량밖에 안되는 ‘진념 경제팀’의 교체까지도 주장하고 나선 것. 원론적 입장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여느 글과는 달리 강도 높은 ‘목소리’를 담은 내용이었다.
진장관의 ‘반격’도 이례적이다. 고급 관료, 특히 장관이라는 입장은 언론에 비판적인 기사나 칼럼이 나오더라도 명백한 오보가 아닌 한 어느 정도 참고 넘어가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진장관은 정교수의 글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진장관은 “경제팀이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흔들어 대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이 지닌 사회적 지명도나 인간관계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진장관과 정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 각각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으로 크게 주목을 끌어 우리 사회에 알려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살아온 길을 D어 보면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진장관은 ‘직업이 장관’으로까지 불린다.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정부 등 3개 정권에서 동력자원부 노동부 기획예산처 재경부 등 4개 부처 장관을 거치면서 항상 역대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정교수는 지금까지 줄곧 ‘야성(野性) 학자’로서의 이미지를 지켜왔다. 그는 김영삼정부 때까지 줄곧 당시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개혁적 경제학자’로 당시 야당총재였던 김대중대통령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출범 후 현 정부측에서 몇차례 한국은행 총재 등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으나 정교수는 단호히 거절했다.
진장관과 정교수의 ‘갈등’은 경제정책을 둘러싼 시각차 때문만은 아니다. 정교수는 8월초 개각에서 막판까지 진장관과 재경부장관직을 놓고 겨루었던 김종인(金鍾仁)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경제철학이 비슷한 사이. 이 때문에 정교수는 8월 개각때 김전수석을 재경부장관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논쟁에 대해 하성근(河成根)연세대 교수는 “정교수가 현 경제팀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교수가 지적한 대로 현 경제팀 인선은 한계가 있으며 정책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정교수의 지적에 동조했다.
반면 민병균(閔丙均)자유기업원장은 “정책 난맥상을 비판할 수 있지만 출범한 지 50일밖에 되지 않는 현 경제팀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우며 지금은 위기 극복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순활·정위용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