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방송 프로듀서인 ‘발가락 아저씨’가 대안학교인 합천 원경고등학교에서 1998년 2월부터 1년간 문제아들과 함께 지낸 기록물이다. 제도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53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어둡고 긴 마음의 터널을 빠져나오는가, 어떻게 세상과 화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되찾는가. 이같은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작은 해답을 제공한다.
지독한 혼란과 광기의 시간을 겪고나서야 이들은 자신을 이겨냈다. 상처입은 아이들의 몸부림과 이들을 숙명처럼 끌어안길 자원한 초임 교사들이 엮는 이야기는 코끝 시큰하다.
“때론 날카로운 손톱을 곤두세워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아픈 가슴을 보듬으면서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는 모습은 곁에서 보기에도 눈물겨웠다”.
최PD는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터득한 지혜는 ‘사랑’이라고 요약했다. 무분별한 욕망의 발산을 일삼는 우리시대 문제아는 ‘외롭고 슬픈 영혼’이었다. 사랑의 결핍에서 비롯된 방황이 어찌 이들 뿐일까. 소설가 이호철씨가 “이 책은 이 시대 외롭고 슬픈 영혼을 가진 사람들, 우리 모두가 언젠가 지나왔을 우리 마음속의 아픈 청춘에게 바치는 책이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교실 이데아/최병화 지음/예담/288쪽 8000원.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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