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官 경제정책 공방]김종인前수석 "구조조정 마지막기회 인식을"

  •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49분


“지금은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이다. 타협없는 단호한 수술이 시급하다.”

‘재벌 개혁론자’인 김종인(金鍾仁)전대통령경제수석이 29일 민주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열린 정치포럼’ 초청 강연에서 현 경제팀에 거시지표에 집착하지 않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전수석은 우선 경제 개혁에 대한 청사진 없이 상황에 따라 임기 응변식으로 대응해 온 정부 경제팀에 대한 쓴소리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경제 관료들은 자신의 임기내에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를 좋게 보이고 싶어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면서 “98년에 6.8%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낸 이후 정부가 거시지표에 집착, 구조조정보다는 경기 부양으로 정책 운영 기조를 전환한 것이 현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일본도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기 부양에 1조2000억 달러를 쏟아부었으나 결국 경제 침체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경기 부양책만 쓰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외환위기 극복을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현재의 경제적 성과를 이룬데는 외부적 요인이 컸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사태를 극복하게 된 배경으로 △98년 국제유가의 안정 △러시아 지원 실패 이후 성공사례를 필요로 했던 IMF의 내부 사정과 한국에 대한 적극적 지원 △노사관계 안정 등의 요인을 꼽았다.

이날 그가 가장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정치권 논리에 구속되지 않는 경제팀의 자주성과 개혁 의지.

그는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다 보면 아무런 개혁도 추진할 수 없게 된다”면서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는 어차피 정치적으로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경제 운영 주체의 확고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한두달내에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시장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말이 너무 많다” “국내 주식시장을 해외펀드가 좌우하는 상황이므로 낭만적인 생각은 버려야 하며 구조조정 없이는 현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등 경제팀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주문을 쏟아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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