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센주 환경장관으로 있던 1980년대말.자리가 자리인만큼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닥치는 대로 먹었다. 먹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책이었고 즐거움이었다. 몸무게가 75㎏에서 112㎏로 급증했다. 1996년, 결별을 선언한 부인.
“당신같은 뚱보와는 함께 살 수 없어!”
남자 나이 마흔여덟에 찾아온 심각한 위기였다. 육체도 바꾸고 정신도 바꿔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달리기. 한번 두번 달리다보니 푹 빠져들었다. 1년 뒤엔 국제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완주할 정도가 되었다. 몸무게도 75㎏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자아의 발견이었다. 40대 후반, 이혼과 함께 찾아온 삶의 위기를 달리기로 극복한 것이다. 정신과 육체가 하나 되는 자아여행이었다.
고교 중퇴의 학력에 택시운전사를 거쳐 외무장관까지 오른 피셔.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피셔. 그는 지금도 일과를 마치고 매일 자정 무렵 본의 거리를 달린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정체된 삶도 달리기 시작한다.”
▼'나는 달린다'/ 요쉬카 피셔 지음/ 신주성 옮김/ 궁리/ 226쪽, 75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