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인 남학생 이치타카는 같은 반 여학생 이오리를 1학년부터 좋아 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늘상 퉁명스럽게 대해 왔다. 고백은커녕 제대로 이야기도 나눠 보지 못한 채로 주변을 맴돌던 어느날, 수상한 잡지에 사진이 게재되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이오리를 도와주게 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호감이 연애의 형태로 발전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한데….
교내 아이돌적 존재인 이오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는 이치타카의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봤을 자신의 모습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심하며 우유부단하기까지 해도 마침내는 원하던 바를 이루어내는 그 늠름한 모습에서 독자는 부러움 반, 대리만족 반을 느끼지 않을까. 그러나 남발되는 우연과 지지부진한 전개로 일련의 중요 사건들이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는 '연애'의 본질을 외면한 채 표면만을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이것은 《I's》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탓일 텐데 작가의 전작 '전영소녀 비디오 걸'이나 'DNA2'에서 보여졌던 것과 같은 등장 인물 개개인의 내면 묘사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소녀들은 그저 인형같이 예쁘고, 천사처럼 순진하며, 주인공이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기만 하면 기쁘게 OK ! 하고 마는 존재다. 결국 쌍방향 연애의 갈등과 애틋함을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어필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I's》는 게이머의 상상과 선택으로 진행되는 미소녀 게임처럼 수동적이고 무미건조하게 보여진다.
"남자들은 늑대야 ! 그게 자연스럽다구." 《I's》는 어디까지나 이 대사가 정답인 만화다. 감정과 육체를 적절히 컨트롤할 수 없는 미숙기의 소년이 겪는 망상과 혼란을 세밀히 묘사한 애정물인 것이다. 망상이라곤 하지만 남자라면 '웃…!' 하고 찔릴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니 아주 허황된 만화라고 할 수도 없다. 별 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도톰한 입술로 사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미소녀들을 만화에서라도 원없이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만화이다.
김지혜<동아닷컴 객원기자>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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