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팔자 좋은 새는 무엇일까. 남미 북부에 사는 호애친이다. 하루 한시간만 풀을 뜯으면 섬유소의 70%까지 소화해낼 수 있기 때문에 종일 빈둥거리고 놀 수 있다.
지름 1만2700km의 거대한 공, 지구. 평생 그 위에서 살아도 볼 수 없는 게 훨씬 많다. 몸집이 작으니 대륙과 해양의 전모를 다 알수 없고, 수명이 유한하니 수만 수억년전의 사실은 기억할 수 없다. 대신 이 책이 거대한 눈과 타임머신을 우리 앞에 밀어놓는다. 지리학을 대중의 관심사로 정착시킨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한페이지에 한가지씩, 흥미로운 지구 위의 ‘사실’(팩츠)을 섬세한 그래픽과 함께 소개하기 때문.
책의 대부분은 제목 그대로 지리학적 지식으로 채워진다.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주민을 몰살시키곤 하는 아프리카 카메룬의 호수, 화성과 기후가 비슷해 ‘지구 위의 화성’으로 불리는 남극 드라이밸리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그러나 역사학 생물학에서부터 국제정치 환경문제에 이르는 시사문제와 지리상식을 풍성히 엮어놓는데 책의 참맛이 있다.
동물 보호론자도 ‘없앨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동물이 있다. 네덜란드에서 한해 30만마리가 잡히는 사향뒤쥐다. 내버려두면 제방을 파헤쳐 국가적 위기가 온다. 중앙아시아의 내해인 아랄해의 사례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환경재앙으로 기록된다. 면화 재배를 위해 강줄기를 돌려버린 결과 바다 면적이 반으로 줄었고 30년 뒤에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세찬 바람과 소금 폭풍이 일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면화재배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