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 보고서’는 1990년대 중반에 아시아와 같은 위기를 겪지 않았던 서구의 관점에서 아시아 위기를 평가한 책이다. 아시아적 가치관이 서구 가치관에 비해 떨어지는 면을 지적했고, 이 부분에서 생긴 비효율성을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여기에서 끝났다면 이 책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아시아 비판 서적 정도였을 것이다. ‘아시아 경제 보고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아시아라는 주식회사가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어떤 마케팅 개념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화두와 이에 대한 해답 부분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한 방안을 보자. 저자는 조직의 성장단계를 생성단계―정상단계―억압단계로 나눴다. 생성단계는 처음 조직이 만들어져 조직구성원이 역동성을 갖고 움직이는 단계고, 정상단계는 본궤도에 들어서 조직이 보다 세분화 관료화되는 단계다. 본격적인 도전은 억압단계에서 나타난다. 외부의 도전이 시작되고 조직 내부적으로도 비대화에 따른 비능률이 확대된다.
아시아 경제 위기는 억압단계의 도전에서 나타났다. 폐쇄적인 조직과 사업문화, 불공정한 게임의 룰 등에 대한 도전이었다. 따라서 해결책도 억압단계를 벗어나기 위한 일반론에 입각할 수 밖에 없다. 높은 생산성과 소비자 지향의 생산 체제 확립은 기본이고, 아시아국가간 블록이 형성되어야 하고, 대외개방을 통한 공정한 게임의 룰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아시아 경제 보고서’가 독특한 분석방법을 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구와 동양의 가치관을 어떻게 융합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서구 가치관에서 공평성과 투명성이 지향해야할 가치지만, 조직 우선이라는 동양적 가치관도 의미가 있는 것이고 궁극적으론 이 둘을 결합하는 것이 아시아 위기의 해결책일 것이다.
청나라는 소수의 만주족이 20배가 넘는 한족을 200년간 지배한 나라다. 이들이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팔기군이라는 만주족의 독창성과 한족의 발전된 문화가 결합됐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한번은 음미해 볼만한 대목일 것이다.
이종우 (대우증권 연구위원)
□아시아 경제 보고서 / 필립 코틀러, 허마원 가카야지 지음, 황의방 옮김 / 340쪽, 1만2000원, 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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