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타로 이야기>예측할 수 없는 블랙 코미디

  • 입력 2000년 10월 9일 13시 35분


'가난' 이라는 소재를 기발한 설정과 컬트적인 코미디로 소화해 낸 <타로이야기>가 13권으로 완결되었다.

명문 대원고등학교 2학년 최타로는 성적우수, 스포츠 만능의 교내 유명인사다. 수려한 외모에 자상하기까지 한 부잣집 도련님 타로는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 그러나 그가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지레짐작에서 나온 헛소문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사실 타로의 실체는 경제관념 제로인 부모님을 부양하고 여섯 동생(후반부에는 세 쌍둥이가 또 태어난다)을 거느려야 하는 근면 성실한 소년가장인 것이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궁핍한 생활을 꾸려 나가면서도 언제나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타로네 가족을 중심으로 한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코믹물의 특징은 대중적이지 않는 내용으로 대중의 웃음을 유발한다는데 있다. 방랑벽이 있어 열 명에 달하는 가족을 버려 두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놀고먹는 타로의 아버지, 양갓집에서 곱게 자라 아이들 양육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타로가 애써 모아 놓은 돈을 엉뚱한 곳에 써버리고 마는 어머니, 한없이 착하고 순진하지만 무의식 중에 자신들의 미모를 무기로 이용할 줄 알며, 인간 이외의 동물은 모두 식량으로 취급하는 타로의 동생들. 그밖의 캐릭터들 행동도 하나 같이 아찔할 만큼 비상식적이다.

에피소드의 소재인 동성애, 로리콘, 원조교제 등은 한국인에게는 이질적인 정서인데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포장되어 그저 개그처럼 흘려 넘기고 만다. 또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타로가 사실은 비참할 정도로 가난하고 비굴하게 사는 모습을 독자가 훔쳐보면서 느끼게 되는 잔혹한 쾌감이 웃음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갖가지 황당한 설정과 엽기적인 소재들에도 불구하고 <타로이야기>는 그 어떤 만화보다도 재미있다. 독자는 어떠한 상황도 예측할 수 없으며, 예상을 뒤엎는 돌발상황에 폭소를 터뜨리고 만다.

긴 시리즈가 계속되는 동안 소재가 빈곤해져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마무리지어졌다. 누군가에게는 몹시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르는 '가난'을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 목에 가시처럼 걸리기는 하지만, 분명 <타로이야기>는 소재의 기발함과 웃음의 강도에 있어 걸출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김지혜<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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