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상회화의 선구자인 그는 전통적인 사실주의 기법의 정물 풍경으로 특히 명성을 떨쳤다. 둥근 백자항아리와 라일락 꽃을 즐겨 그린 그는 실제생활에서도 역시 백자항아리 만큼 격조 높고 라일락 꽃 만큼 향기로운 화가로 기억되고 있다. 아무리 지위와 이름이 높아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화가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목욕 재계한 뒤 4∼5시간씩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을 정도였다.
정통 서양화가로 교과서에도 그의 그림이 단골로 실렸고,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에 이어 그림 값도 늘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해방후 국전 창립 멤버로 7번이나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미협 이사장도 지냈으나 창작에 대한 열정만은 늘 놓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는 87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10주기전 이후 가장 많은 20여점이 출품됐다. 성균관 향원정 광릉 등 가장 한국적인 풍경과 라일락 백합 국화 코스모스를 소재로한 작품에서 그의 ‘엄격한 대상 관조와 중후한 표현’을 만끽할 수 있다. 손녀인 도윤희씨가 할아버지의 재주를 이어 받아 화업을 잇고 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