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頭髮(두발)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40분


1644년(조선 인조 24년)은 우리나라에도 충격적인 날이었다. 오랑캐라 불리던 중국 동북지방의 滿洲族(만주족) 後金이 萬里長城(만리장성)을 넘어 中原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몽고족인 元나라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중국 대륙을 지배한 異民族 국가 淸나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부패하고 무능했던 明나라는 미처 손도 써 보지 못하고 대륙을 넘겨주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콧대 높기로 유명한 중국 사람들이, 그것도 ‘오랑캐’에게 華夏(화하)를 안겨주었으니 땅을 치고 통곡해도 원통함이 가실 리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自決하였으며 살아 남은 자들도 이른바 反淸復明(반청복명)운동에 목숨을 바쳤다. 아직도 漢族의 눈에 비친 滿洲族은 개나 돼지보다도 못한 ‘오랑캐’였던 것이다.

한편 淸나라도 고민이 많았다. 오래 전부터 호시탐탐 노렸던, 풍요와 찬란한 문화의 땅 中原을 손에 넣은 것까지야 좋았는데 앞으로 다스릴 일이 泰山(태산) 같았다. 이 곰 같은 사람들이 어디 순순히 말을 들어야지. 문화적인 우월감에서 콧대가 보통 높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淸나라 朝廷(조정)은 먼저 그들의 ‘콧대’를 꺾어 놓기로 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른바 剃髮令(체발령. 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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