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서였던 도시오는 억울한 누명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된다. 분노와 절망에 빠져 있던 그에게 알 수 없는 집단이 거액을 제시하며 모종의 테스트를 권유해 온다. 지도에도 없는 서인도제도의 외딴 섬에서 그가 받게된 테스트는 온갖 맹수들과 함정들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 남는 것.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잔혹한 테스트를 차례차례 통과한 그의 눈은 광기와 살의로 빛나게 되는데…. 3권에서 도시오는 줄곧 부정해오던 좀비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고, 본격적으로 좀비헌터 활동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소마신화 전기>, <아일랜드>를 발표하면서 이색적인 한국적 판타지 액션물을 그려온 작가의 특징은 <좀비헌터>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품은 내내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잔인하고 엽기적인 장면들로 가득하지만, 적절한 화면 구성과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액션으로 인해 오히려 화려하게 느껴진다. 또한 작가의 특기인 퇴마와 호러 액션에 SF적 요소와 에로틱한 장면들까지 적절히 가미되면서 흡인력 있게 한일 양국 독자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란한 화면과 달리 이야기의 진행은 핵심이 없다. 작품 초반부터 시종일관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주인공은 늘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그 일련의 사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좀비와 좀비 헌터간의 사투보다는 한 인간이 좀비 헌터가 되어 가는 과정에 더 중점을 두고 그리겠다”는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혹독한 테스트로 인한 고통도,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 좌절도, 좀비헌터를 하면서 겪게 되는 불안과 혼란도 독자는 쉽게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좀비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인류의 위기와 이에 맞서 싸우는 의연한 주인공의 모습은 긴장감과 실체감을 잃어 버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이야기를 남겨 두고 있는 강렬한 눈매의 주인공 도시오가 펼쳐나갈 또 다른 모험의 세계가 있을 테니 지켜볼 수 밖에.
김지혜<동아닷컴 객원기자>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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