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부정부패 어떻게 막았을까’가 바로 그 책이다. 저자는 조선왕조가 세계 역사상 유례가 드문 500여년의 긴 세월 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비결이 부정부패를 막는 제도적 시스템에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바로 대간 감찰 암행어사 등의 제도적 장치가 조선의 부정부패를 막고 체제 유지를 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제도인 대간은 사헌부 관원인 대관(臺官)과 사간원 홍문관 관원인 간관(諫官)을 합친 말이다. 대관은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감시 탄핵하고, 간관은 임금의 과실을 간쟁하는 것이 주요 임무인데, 이 대간 기능을 통해 임금의 전횡을 견제하고 백관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했기에 조선왕조가 그토록 오래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간은 조선 사회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단지 이런 제도적 측면만이 아니라 이들 감사기관원들의 자질과 부패 척결 의지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고위관료와 국왕까지도 견제하는 대간은 ‘천하 제일의 인물이어야’하고, 암행어사는 ‘청렴결백한 젊은 관리여야’ 하는 이유도 이런 인물들이 감사의 직책을 맡아야 소신껏 두려움 없이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 곳곳에서 현재 상황을 반성할 수 있는 풍부한 사례들을 들고 있는데, 조선 후기에는 감사기능 자체가 당쟁의 한 도구가 된 점이나 상하 기강이 엄정했던 사헌부에서 항명사건이 자주 일어났던 점 등을 들면서 현재 검찰이나 감사원 구성원들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심각한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전통문화에서 도덕적 수양을 강화하는 가치관을 부활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자세를 견지한다.
“이 길밖에는 없다. 사람이 바르지 않으면 죽인다 해도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돌아가도 이 길이 오히려 첩경(捷徑)이다.”
막힐수록 돌아가라 했던가? 한 사학자의 부정부패 방지책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오히려 원론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풍부한 사례를 들어 마치 오늘날 부정부패에 관한 신문기사를 보는 듯한 생동감과 재미를 주는 점이 미덕이다. 풍문으로도 탄핵할 수 있었던 대간들이나, 의혹만 받아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벼슬아치들의 옛 사례가 “재수 없어 걸렸다”고 생각하는 오늘날의 마비된 도덕성에 조금이라도 경종을 울린다면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조선의 부정부패 어떻게 막았을까'/ 이성무 지음/ 청아출판사/ 369쪽/ 1만원▼
이덕일(역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