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한 대목(심광주 토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의 글)이다. 발굴은 힘겨운 노동이긴 하지만 그 희열은 만만찮다.
한국 고고학자 25인이 쓴 이 책은 보통 사람이 접하기 어려웠던 발굴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책 곳곳에서 만나는 발굴의 낭만과 애환.
경기 하남시 미사리 선사유적 발굴 이야기. 발굴단은 인골(人骨)을 발견했다. 제물을 준비할 수 없어 그림으로 대신해 제사를 지냈다. 이후 발굴장엔 갑자기 사고가 생기더니 그칠 줄을 몰랐다. 발굴단은 불안했다. 그래서 제대로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사고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발굴 이야기다. 서울 암사동 선사유적 발굴 당시엔 인골을 화장하는 순간, 마른 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기도 했다.
발굴 이야기는 낭만적이다. 그러나 행간을 잘 들여다보면 고된 노동이자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임을 알 수 있다. 하루 종일 삽질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유물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참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유물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임효택 이인숙 외 지음/ 푸른역사/ 355쪽/ 1만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