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인터넷 브랜드에 보통명사 쓰면 파멸"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9시 42분


#1.최고의 정보 사이트를 만든 곳은? CNN도 뉴욕타임스도 타임지도 아니다. 뉴스닷컴은 더더욱 아니다. 바로 야후(Yahoo)다.

#2.성공적인 인터넷 경매점을 차린 곳은? 소더비나 크리스티도, 옥션닷컴도 아니다. 이베이(eBay)다.

대수롭지 않아 보여지만 여기에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상식’이 숨어있다. 첫째, 오프라인에서 일류 회사가 온라인에서도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 즉, 웹에서는 다른 이름을 붙여 양쪽 분야를 특화하는 것이 낫다(양자택일의 법칙).

둘째, 보통명사보다 고유명사 간판이 더 호소력이 있다. 짧고, 튀는 사이트 이름이 평범한 영어 단어보다 뜨기 쉽다(보통명사의 법칙).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터넷판 봉이 김선달들에게 휘둘린 도메인 선점 경쟁을 떠올려보자. 비즈니스닷컴(Business.com)이란 이름은 로스앤젤레스의 한 회사에게 750만 달러(약90억원)에 팔렸다. 우리나라도 500만달러짜리 코리아닷컴(Korea.com)이 시중의 화제였다.

세계적인 마케팅 컨설턴트인 저자는 이를 ‘인터넷 브랜드에게 보통명사는 파멸의 길이다’고 일갈한다. 오프라인도 브랜드 가치가 상위 10억달러 이상인 60개 브랜드중 보통명사는 하나도 없는데 인터넷이라고 뭐 중뿔 날까.

닷컴 위기론이 만연한 하수상한 시절임에도 이 책을 내세우는 이유는 ‘상식의 미덕’ 때문이다. 냄비 열기가 식는 것에 비관만할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점검해보자는 취지다.

저자는 책에서 인터넷에서도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상식만을 주입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뜬구름 잡는 시중의 성공 지침서처럼 독자를 현혹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터넷에서 일류 브랜드를 꿈꾸는 이들이 냉정하게 평가해야할 체크 리스트를 제공한다.

그는 인터넷의 특징인 쌍방향성이 성패를 좌우하므로 의료나 교육과 관련된 빅 브랜드가 나올 것(‘방향성의 법칙’)이며, 온라인에서는 그 분야에서 넘버 2가 살아남을 여지가 전혀 없다(‘일원성의 법칙’)고 단언한다.

인터넷 기업은 사이트 주소를 강조하는 라디오 광고가 효율적이다(‘광고의 법칙’), 의류를 다룬다면 이탈리아식 이름을 가진 사이트가 낫다(‘지구촌의 법칙’) 같은 구체적인 제안은 어떤가.

마지막 장에서 예견한 인터넷의 변화는 ‘택배 서비스가 폭증한다’는 것처럼 구문이 된 것이 없지 않다. 그래도 ‘모든 금융서비스는 웹으로 이동한다’ ‘검색엔진의 중요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온라인 소매점은 가격경쟁, 오프라인 소매점은 서비스 경쟁이 될 것이다’ 같은 유효한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인터넷 브랜딩 11가지 불변의 법칙'/ 알 리스 지음/ 오성호 옮김/ 김영사/ 229쪽/ 9900원▼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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