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X파일]금구슬 5000개 '부부총 귀고리' 복제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48분


경북 경주 부부총에서 출토된 순금제 귀고리 한쌍. 현존하는 귀고리 유물 중 가장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이 귀고리의 길이는 8.7㎝. 여기엔 0.7mm 크기의 금구슬 5000여개가 정교하게 붙어 있다. 5세기 전후 신라인들은 이 미세한 금구슬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붙였을까. 그것도 5000개씩이나.

귀고리의 제작에 관한 기록이나 자료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추론은 가능하다. 귀고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문화재 복제 전문가인 경주 삼선방의 김진배씨(38). 그가 이 귀고리 한 쌍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한 달. 작업의 핵심은 역시 5000개의 구슬을 만들고 붙이는 일이다.

김씨는 우선 지름 0.7㎜ 이하의 금실을 만들고 그것을 같은 크기의 토막으로 잘라낸다. 그 금실 토막에 일일이 열을 가한다. 금실 토막이 열을 받으면 표면 장력에 의해 말려 올라가 자연스레 구슬이 된다.

다음은 구슬을 붙이는 일, 즉 용접(금땜). 납으로 납땜을 하듯, 금땜을 하는 데도 금이 접착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귀고리 금판에 금구슬이 붙게 된다. 접착제로 활용되는 금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늘 끝 크기 정도에 불과하다. 0.7㎜의 구슬보다 훨씬 작아야 금땜이 되어도 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귀고리 금판과 금구슬 사이에 이 미세한 금을 대고 순간적으로 열을 가하면 구슬이 금판에 달라 붙는다. 열이 너무 강하면 구슬이나 금판이 녹고, 너무 약하면 달라 붙지 않는다. 구슬 붙이는 일은 구슬 만드는 일보다 훨씬 고난도의 작업이다. 이렇게 금구슬 5000여개를 만들고 붙이는 데만 보름이 걸린다. 귀고리 하나에 들어가는 금은 2냥(한 쌍에 4냥), 무게로 치면 75g(한 쌍에 150g).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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