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은 매년 봄가을 두차례만 기획전을 열어 소장품을 공개한다. 이번에는 단원 작품 80여점과 혜원 작품 30여점이 전시된다. 모두 간송미술관 소장품.
단원 혜원은 조선 후기 풍속화의 쌍벽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전시회에 가보면 ‘씨름’‘서당’과 같이 눈에 익숙한 단원의 풍속화는 한 점도 없다. 이는 ‘씨름’‘서당’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까닭도 있지만 단원의 미술이 풍속화에만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원은 풍속화뿐만 아니라 산수화 인물과 신선도 화조도 영모도 불화 등 모든 장르에 능한 전천후 화가였다.
그래서 전시작품도 ‘남해관음도(南海觀音圖)’ ‘염불서승도(念佛西昇圖)’와 같은 불화, ‘금강산도’와 같은 산수화, 영모화 사군자그림 등이 주종이다. ‘염불서승도’의 경우, 노승의 뒷모습을 통해 속세를 넘어 극락세계로 나아가려는 염원을 시리도록 투명하게 묘사한 걸작. 불교에 심취했던 단원 말기의 절절함이 잘 드러난다.
혜원 작품의 백미는 역시 ‘미인도’. 이와 함께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국보135호)’ 중 ‘소넌전홍(少年剪紅)’ ‘정변야화(井邊夜話)’ ‘상춘야흥(賞春野興)’ ‘단오풍정(端午風情)’‘월하정인(月下情人)’ 등 16점과 산수화 등이 소개된다. 특히 ‘혜원전신첩’의 작품들은 낭만과 퇴폐가 적당히 어우러진 당시 상류사회의 애정풍속을 잘 담아냈다.
단원과 혜원의 그림 세계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단원은 국가기관인 도화서(도화서)에서 일하면서 정조의 특별한 후원을 받았지만 혜원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단원은 낭만적이었지만 정통회화의 틀 안에 있었다. 반면, 혜원은 자유분방할 수 있었다. 전시 그림 일부 영인본 판매. 02―762―0442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