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고대 총학 "대통령學 수강 학우에 사과"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45분


고려대 총학생회가 17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고려대 특강 저지 사건(13일)과 관련해 사과문을 냈다.

‘대통령학을 들으시는 학우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사과문은 “대통령학을 듣고 있는 학우분들께서 김 전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학문적 연구를 위해 김 전대통령을 직접 강의자로 하여, 비판적 평가를 하고자 하셨으나 그 수업권을 침해한 결과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길수(李吉洙·법대4년)부총학생회장 등 학생회 간부 3명은 이날 오전 함성득(咸成得)교수가 진행하는 ‘대통령학’ 강의실을 찾아와 수강생들과 함교수에게 이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배포하고 “‘고대학보’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온 연사를 교수나 수강생들의 동의 없이 저지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으로서 반성하지 않고 신성한 교정을 정치적 재기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한 김 전대통령의 학교출입을 저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함교수는 학생회 간부들과 수강생들에게 “의사가 환자를 돌볼 때 환자가 선한 사람인가 악한 사람인가를 가리지 않듯이 학문적 연구를 위해 전직대통령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것은 해당 인물에 대한 감정을 떠나 학문의 자유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교수는 이어 “이번 사건으로 김 전대통령과 주요인사들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집권시절의 ‘성공과 실패’를 학문적으로 되짚어 보려던 애초의 취지가 많이 퇴색했다”며 “18일 오전 김 전대통령을 방문해 강의를 자제해주도록 부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17일 같은 강좌(대통령학)에서 강의하기로 예정됐던 이홍구(李洪九)전 주미대사는 ‘전직 대통령이 강의를 저지당한 상황에서 당시 총리를 지냈던 사람이 전 정권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그의 뜻에 따라 강의가 취소됐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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