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당연히 먹었으면 싸야 한다. 이것은 만고에 변하지 않는 생명의 이치. 우리는 아무 의식없이,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에서 먹고나서 싸고 난후 수세식 변기의 꼭지를 누른다. 그 후 과정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런데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인가? 우리의 '똥'은 대체 어디로 가는가? 그렇게 바다로 가면 그만일 것인가? 한 번 쯤은 그런 생각을 해봐야 할 것.
여기 이 책의 저자는 귀농 초심자인데, 화장실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전국의 뒷간을 1년여 뒤지고 다녔다.
똥이 21세기를 맞은 지금, 왜 문제가 되는가? 결론은 똥이 다시 밥으로 순환되기 때문이다. 자기 똥을 3년동안 먹지 않으면 살수 없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어왔지만, 한번도 그 심오한 뜻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 21세기 최대의 화두는 '생태'라고 한다. '생태'라고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동식물의 멸종 보다 '똥'을 떠올리는 유별한 사람들이 있다.
이 저자는 그런 사람중 하나이다. 문화유산 답사를 다니면서 사찰의 해우소(解憂所)나 일반 농가의 생태적 뒷간(側間)등을 유심히 보면서, 더구나 실제 귀농을 하여 유기농사를 실천하고 있는 입장에서, 왜 뒷간의 문화가 중요한지를 피부적으로 느낀 사람이다.
변소(便所)라는 말은 일제때 변형된 말이다. 그러던 것이 수세식이라는 서양식이 도입되어 확산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화장실(얼마나 고상한 말인가)은 수거식(일명 푸세식)이 대부분이었다.
똥누고 골프친다는 말을 들어봤는가? 배출물을 재괭이로 딱 쳐서 재에 섞는다. 그 이후 발효(?)를 거쳐 푸성귀의 거름이 된다. 야리야리한 상추잎에 밥을 싸먹어보자. 농약 안쳤다. 얼마나 맛이 싱그러운지. 우리의 똥 오줌으로 이뤄진 것이다.
자, 뒷간을 어떻게 지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섬나라 제주도처럼 '똥돼지'를 키우게 만들까? 저기 선암사의 해우소처럼 바람 솔솔 통하고 냄새안나는 뒷간을 만들 것인가? 이제는 농촌지역도 뽀글뽀글 거품이 나서 저절로 내려가는 방식의 뒷간(포세식)
퍼져있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뒷간 보고서'라고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으며 또한 사실이다. 대안도 있다. 새로운 뒷간문화를 위하여 기존 수세식 화장실의 개량방법을 제안한다. '생각의 동물' 자기가 싼 것을 어떻게 치울까, 직접 뒷간을 지어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보자. 도시에 살건, 농촌에 살건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뒤가 구리는 자 말고는.
최영록<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