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이끌어온 ‘거룩한 길’이 어찌 기독교의 바이블에만 제한되겠는가. 중국에는 사서(四書)에 삼경(三經)이 있었고, 인도에는 베다경 우파니샤드경 등이 있었으며, 불가에는 자그마치 팔만대장경이 있었다. 이것들 모두가 사람에게 사람으로 걸어갈 길을 알려 준다고 나는 믿는다.”
지천명을 훌쩍 넘긴 목회자의 스스럼 없는 고백이다. 이름을 내세우기 싫어서 ‘이 아무개’란 필명을 고집하는 이현주 목사(55). ‘사상의 퓨저니스트(fusionist)’의 잠언집은 종교의 소통을 막는 강고한 벽을 슬쩍 허문다. 그에겐 ‘논어’ ‘노자’나 ‘아함경’ ‘금강경’도 ‘마태오’ ‘루가’ ‘시편’과 똑같은 성경이다. 성경(聖經)은 곧 성경(聖徑), ‘세상 길(徑)찾기의 지혜’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동 서양 고전의 넘나들며 개척한 오솔길에는 맑은 향기 가득하다. ‘세상에 길 아닌데가 있으니, 그래서 길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하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는 구절은 ‘그러나 구하지 않아도 될 것은 구하지 말라. 뒷감당을 어찌 할 셈이냐’고 반문한다.
눈 밝은 독자라면 열린 정신에서 피어난 낯선 지혜의 풀꽃들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직함도 고사해온 청빈한 신학자는 자기 반성에도 인색하지 않다. ‘덕(德)의 정치는 북극성이 제 자리에 있어 뭇별이 그를 바라봄과 같다(논어).… 북극성이 지구에 대하여 늘 상대적이지 않으면 그 절대한 자리를 지킬 수 없듯, 기독교 또한 인간에 대해 상대적이어야 그 절대한 진리를 지킬 수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